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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보스를 찾지 않는다 ㅣ 일루저니스트 illusionist 세계의 작가 16
오타비오 카펠라니 지음, 이현경 옮김 / 들녘 / 2009년 11월
평점 :
품절
이탈리아 출신 마피아 이야기다. 미국과 시칠리아를 오가면서 펼쳐지는 제법 스케일이 큰 이야기다. 마피아 영화의 공식처럼 사람이 죽고, 상납을 받고, 신뢰와 배신이 오가는 이야기다. 그렇다고 이 책을 보통 마피아 영화를 책으로 만들어 놓은 책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이루셔니스트 총서는 아무 책이나 발간하지 않는다. 이 책에는 재미와 함께 품격이 있다.
책을 읽으면서 '대부'가 자꾸 생각이 났다. 영어공부도 할겸해서 대부 시리즈를 원서로 읽어보았기 떄문이다. 우리에게 영화로 알려진 대부 3부작 외에도 영어책으로 나온 대부시리즈의 양은 엄청나게 많다. 그러나 이 책은 대부와 무척 흡사하면서도 상당히 다른 책이다. 사실 대부와 아주 같은 책이라면 이 책을 읽을 필요가 없지 않겠는가.
이 책은 책을 이끌어가는 화법자체가 독특하다. 문체가 일부러 우아함을 강조하지도 않고, 강한 폭력이 나타나지도 않는다. 이 책을 이끌어가는 것은 이야기이다. 그 중에서도 간간히 드러나는 사람들의 심리적 내면의 반영이다. 독백같은 거은 없다. 내면적인 성찰이 표면적으로 드러나지는 않는다. 그러나 책의 군데 군데에서 그 내면의 강한 힘이 잘 슬쩍 슬쩍 잘 드러나고 있다.
여기 한 대부가 있다. 막강한 힘을 발휘하는 그는 예상외로 소박하다. 사람들에게 예의를 차리게 하는 카리스마가 있지만, 그 자신은 무척 소탈하게 사람들과 잘 어울리고 다른 조직들과 마찰을 일으키지 않는 평화를 유지하려고 노력을 한다. 무엇보다도 그의 최고의 관심사는 가족이다. 가족의 사랑과 행복, 안위, 우애.... 이런 것을 유지하는 것이 그에게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대부에서 딸의 결혼식에 찾아온 하객들 한사람 한사람에게 충성맹세를 받는 마론 브란도. 그의 멋진 풍채와 함께 소박한 가장으로서의 마음이 함께 느껴지는 책이다. 그러나 이 책은 대부풍의 멋진 마피아가 등장하는 책은 아니다. 시시한 실수를 저지르고, 약한 마음에 원칙을 깨뜨리고, 새로운 사업에 진출했다 실패를 거듭하고, 결국은 조직간의 전쟁으로 아픔을 겪는 소심한 인간으로서의 마피아.
결국 이 책은 이채로운 소재를 기반으로 하여 독자들의 흥미를 높이 끌어올리고, 책이 대한 몰입도를 높이는 능력이 대단한 책이긴 하지만 장르문학으로 분류할 성질은 아닌셈이다.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인간 삶의 본성과 아픔. 사랑과 헌신과 아픔에 관한 고전적인 가치를 재해석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이 일루셔니스트 총서에 포함된 이유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