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얼굴을 한 경제학이라고 할까. 이 책은 그렇게 평가하는 것이 낫겠다. 사실 나는 경제를 잘 모른다.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 중에서 경제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야 어디 있겠는가만, 노벨상을 수상한 경제학자들 스스로도 의견이 엇갈리는 것이 경제인데 내가 경제에 대해서 무어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이 책은 그 수많은 경제학 책들처럼 앞으로의 경제가 어떻게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는 책이 아니라, 경제란 것은 어떻게 운용되어야 하고, 경제라는 것이 운용되는 당위적인 원칙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는 책이다. 모름지기 경제학에 관한 책은 바로 이런 내용을 담고 있어야 하다고 생각한다. 서로 엇갈리는 자기 주장을 일방적으로 내놓는 것이 아니라, 경제지표가 의미하는 것이 무엇이고, 우리에게 무시로 제시되는 그 경제지표를 제대로 읽으면 어떤 뜻이 되는 것인지. 경제성장율이 오른다는 것이 어떻게 조작되는 것인지, 그것이 우리들의 삶과 얼마나 괴리가 많은 기만적인 지표인지에 대해서 설명하는 책을 나는 이제껏 한번도 읽어본 적이 없다. 이 책은 말한다. 자신도 역시 경제전망을 하면서 먹고 사는 사람이라고. 경제전문가를 먹여살리는 이유가 바로 그런것이 아니겠는가. 그러나 저자는 경제의 트랜드를 보면서 앞으로 우리의 경제가 어떻게 될 것이라는 점을 말할 뿐, 언제 얼마만큼의 변화를 보일지 꼭 집어서 이야기를 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수많은 애널리스트들이 수없이 거짓 분석자료를 내놓는 것에 물릴만큼 물린 사람들이라면, 오히려 정부의 시장개입이 가져올 교란변수를 애당초 예상하고 정확한 수치를 제시하지 않는 이 저자의 방법이 더 타당성이 있다고 느낄수 밖에 없다. 이 책이 다른 경제분석서들과 차별화되는 가장 큰 특징은 이 책은 따뜻한 책이라는 점이다. 대부부의 경제분석서에는 경제와 수치만 있지 사람이 존재하지 않는다. 경제란 사람이 잘 살기 위한 것이 아닌가. 아무리 자본주의사회라고 하더라도 사람이 자본의 종이 될 수는 없다. 사람이 자신의 안락한 삶을 위해 자본을 자유롭게 사용할 기회를 보장하는 사회가 자본주의사회이다. 그렇다면 자본주의 사회는 인본주의 사회가 되어야 하는 셈이다. 그러나 오늘날의 세상을 보라. 자본의 이름으로 사람을 잘라내고, 잘라내쳐진 사람들이 겪어야 하는 그 비인간적인 고통과 아픔을. 물론 사회는 변화하고 시장도 변화한다. 시장의 장점이라는 것은 변화에 빠른 적응을 하는 것이다.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사람도 변화할 수 밖에 없다. 사양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해고는 피할수 없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무조건 사람을 잘라내고 그것으로 끝이 나는 사회는 인본주의 사회가 아니다. 새로운 직장을 얻을수 있도록 교육하고 알선하고 생활이 되도록 도와주는 최소한의 노력도 하지 않는 사회는 막말로 거지같은 사회이다. 바로 우리가 그런 사회에서 살고 있다는 것을 이 책은 깨우쳐준다. 이 책은 말한다. 정부와 관료와 정치가들이 어떻게 국민을 기만하는지. 그들이 국민을 위한다는 거창한 목표들이 얼마나 허망한 것인지. 어떻게 그들은 그런 계획을 세울때부터 고의적으로(?) 국민들의 혈세를 축내면서 아무런 소득이 없을 것을 알면서도 단지 자신들의 자리보전만을 위해서 그런 엄청난 거금을 버리는 사업들을 벌이는 것인지. 그들이 그러고 있는 사이에 우리사회는 얼마나 성장잠재력을 잃어가고 있는지... 읽으면 읽을수록 가슴이 아프다. 바로 그런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