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모른다
정이현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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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잘 쓰여진 명작 일본장르 소설을 읽는 것 같은 재미가 있다. 워낙 책읽는 것을 좋아하고, 대부분의 서평을 좋게 쓰는 편이기는 한 나이지만, 책을 읽는 속도가 자신도 빨라지고, 속도를 늦추어 천천히 음미하며 읽으려는 자신을 느끼게 되는 즐거움을 느끼는 독서는 그리 흔하지 않다. 

 

그렇다고 우리나라에도 일본의 대가 못지 않은 훌륭한 장르소설가가 탄생했다고 이 글을 쓰는 것은 아니다.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감성에 맞게 미스테리 형식을 빌어 읽는 재미를 극대화한 책이긴 하지만, 이 책은 일본의 장르를 위한 장르소설이 도저히 따라올 수 없는 삶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담고 있는 책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재미를 위해 기발한 소재를 찾아내고, 인간의 상상력의 한계를 시험하고, 또 인간이 얼마나 사악해질수 있는가를 상상하는 류의 소설들과는 차원자체가 다른 책이다. 한마디로 이 책은 깊이가 한이 없는 책이다. 그 무한한 깊이의 부담을 미스테리라는 형식으로 포장하여 독자의 부담을 줄여주는 친절한 배려까지 한 책이라고 하는 점이 옳을 것이다.

 

'너는 모른다' 라는 제목이 함축하는 것은 참 다양하다. 한 아이가 사라졌는데 누가 어디로 왜 사라지게 만들어졌으며, 그 아이는 지금 살아있는 것인지 혹은 어디에 있는 것인지를 모르는 것으로 '너는 모른다.'라는 제목의 의미가 다 설명되는 것이 아니다. 이 제목은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방식에 대해 근원적인 질문을 하고 있는 책이다.

 

가족을 이루고 함께 밥을 먹고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고 평범하고 단란하고 안정된 가정을 이루고 살아가는 듯한 우리들의 삶. 매일 지하철에서 마주보는 얼굴들의 피부안 영혼속에 무엇이 들어있는지는 아무도 알지 못한다. 형제도, 부모도, 부부도, 연인도... 너는 모른다. 나는 모른다. 그렇다. 우리는 모두 모른다. 우리들 주변에 존재하는 가깝고 먼 타인에 관해서 아는 것이 없다.

 

삶이란 것은 부유함과 가난함으로 설명될 수도, 행복함과 불행함으로 설명할수도, 성공과 실패로, 만족과 실의로 설명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한 사람이 살아가는 삶이라는 것은 얼마나 복잡하고 얼마나 타인에게 이해시키기 어려운 것이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진지하게 이해할 인내심과 사랑이란 것을 가지고 있을까. 내 목숨처럼 사랑하는 사람들도,,,, 우리는 모른다.

 

이 흥미로운 스토리라인을 가진 책이 정작 말하고자 하는 것이 그토록 진지한 내용이고, 이 책은 장르소설의 형식을 빌어온 본격문학이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다. 그것도 아마 한국문학이 이루어 낸 현대적 감성의 최고봉에 도달한 작품중 하나라고 말하는 것이 결코 지나치지 않을 것 같다. 나는 이제 안다. 내가 아는 것이 거의 없다는 것에 대해. 이 인간이라는 동물들이 살아가는 아픔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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