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의사, 죽음의 땅에 희망을 심다
로스 도널드슨 지음, 신혜연 옮김 / 에이지21 / 2009년 11월
평점 :
절판


 

블러드 다이아몬드라는 유명한 영화가 바로 시에라리온을 무대로 한 영화였다. 작년에 큰 관심을 모았던 책 '집으로 가는 길' 은 우연히 시에라리온 반군이 되었다가 탈출에 성공한 한 소년의 삶에 관한 책이었다. 시에라리온이 이렇게 세간의 관심을 모으는 것은 바로 다이아몬드 때문이다. 체계와 질서가 잡히지 않고 권력이 국민에게 온전히 있지 않은 나라에서는 소중한 자원이 죽음을 부르는 저주로 변하는가보다.

 

일부의 사람들은 머나먼 검은 나라 시에라리온에서의 이야기를 흥미로운 오락거리로 여기고도 하고, 일부의 사람들은 그런 영화와 책들을 통해서 우리가 타고 있는 지구호의 다른 쪽에서 벌어지고 있는 참상을 이해하게 되기도 한다. 그 모든 것을 떠나서 그런 일들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사람들이 어렴풋이 인식을 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다행인지도 모른다. 일반 언론매체를 통해서는 아예 그런 문제들이 전해지지조차도 않고 있기 때문이었다.

 

'블러드 다이아몬드'와 '집으로가는 길'이 그 나라에서 벌어진 내전의 참상과 그 원인 그리고 그 참상이 일어나는 과정을 그리는 임무에 충실한 것이었다면 이 책 '청년의사 죽음의 땅에 희망을 심다'는 그 참상이 일어나는 지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람들의 아픔을 입체적으로 보여주는 책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부족한 중에도 그곳의 일들을 보다 깊이 있게 이해할 자료들이 우리들에게 제공되는 셈이다.

 

물론 이 책은 라사열이라는 전세계적으로 희귀하고도 치명적인 질병에 대한 연구와 논문을 쓰기 위해, 또 인도적인 사명감을 가지고 위험을 무릅쓰고 자신을 그 땅으로 기꺼이 데리고 간 한 청년의사의 내적인 성장기로도 무척 감명 깊은 책이다. 막연한 인도적인 사명감이 잔혹한 현실과 맞부딪히며 내는 파열음과 갈등, 그 과정을 통해서 내면적으로 성숙해가며 그 상황을 새롭고 보다 구체적으로 인식해가는 과정을 읽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는 독서가 된다.

 

그러나 나에게는 이 책을 통해 우리에겐 사자와 기린이 뛰어다니는 야생의 나라로 인식되든가, 혹은 빈곤과 가난 그리고 끊이지 않는 내전과 잔혹이 끊이지 않는 저주받은 나라로만 막연히 인식되어 온 그 아프리카라는 땅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삶을 구체적으로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된 책이었다.

 

차츰 우리들에게도 아프리카가 가까운 나라로 다가오고 있다. 중국의 아프리카에 대한 자원외교적 접근이 신문지면을 장식하면서 원유와 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도 아프리카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있다. 우리나라의 젊은 여행자들도 아프리카를 여행한 책들을 펼쳐내고, TV에서도 아프리카에 정착해 살고 있는 우리 교민들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 모든 이야기들은 아프리카에서도 상대적으로 안정된 부분에 국한된 이야기일 뿐이다.

 

거대한 땅 아프리카의 많은 지역은 아직도 많은 아픔을 간직하고 있지만, 어느때부터인가 그들의 아픔은 더 이상 되풀이하기에는 지겹고, 사람들에게 인기없는 진부한 이야기거리가 되어버렸다. 그들에게 문제가 있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앙상한 갈비와 툭 튀어나온 배의 아이와, 애처롭다고 표현하기에는 섬득한 눈매를 가진 생명이 빠져나가는 듯한 여인의 사진들은 그리 유쾌한 장면이 아니기에 더 이상 우리들의 신문지면에 나타나지 않는다. 자연히 우리들은 그 땅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눈멀고 귀가 먹은 상태로 살아가고 있는 셈이 되었다.

 

창창한 장래를 가진 젊은 의사가 그 땅을 전전하며 경험하며 목격한 그 땅의 이야기들을 읽으며 내 마음속에 생겨나는 그 땅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대한 이미지가 보다 구체적으로, 보다 생생하게 생겨나는 것이 이 책을 읽으면서 나에게 생겨난 그 모든 가치로움 중 가장 귀중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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