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인의 드라마작가를 말하다 - Drama,작가 vs 작가 방송문화진흥총서 96
신주진 지음 / 밈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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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우리는 TV를 가리켜 바보상자라고들 말한다. 그러나 TV가 꼭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실시간으로 전달되는 영상뉴스, 다큐멘타리 등의 교양프로그램은 책이나 문자 텍스트를 읽는 것과는 또 다른 방법으로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준다. TV가 흔히 바보상자라고  불리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드라마와 예능프로그램 때문이다.

 

그러나 그렇게 지탄을 받는 드라마는 늘 가장 시청율이 높은 황금시간대에 방영이 되고, 날마다 어김없이 많은 사람들이  TV앞에서 넑을 놓고 드라마를 보고 있다. 그 드라마의 전개가 어떻게 되어갈 것인지, 해피엔딩일 것인지에 관심을 두는 사람도 있고, 인터넷에 어제본 드라마에 대한 이야기 거리를 꼬박꼬박 올리는 사람도 있다.

 

드라마를 잘 보지 않는 나도 아예 보지 않는 것은 아니다. 1년에 몇편씩은 무척 흥미롭기만 할 뿐 아니라, 상상력의 지평을 넓혀줄만한 좋은 작품들이 나오기도 한다. TV 앞에서 너무 많은 시가을 보낸다고 우리가 쉽게 비난하는 그 사람들도 자신들 나름의 만족을 얻기 때문에 TV앞에 않는 것을 게다. 무조건 TV에 나오기 때문에 보는 것이 아니라, TV드라마 속의 무엇이 그들을 만족시키기에 그들이 TV를 찾게 되는 것으로 보는 것이 올바를 접근법일 것 같다.

 

몇해전 한 한국의 문화인사가 일본에서 체류하면서 일본문화에 대한 리포트 같은 책을 발간한 것을 흥미롭게 읽은 기억이 난다. 그 사람은 특히 일본의 드라마에 관해서 많은 지면을 할애했었다. 상당한 식견을 가진 그 사람이 일본을 이해하기 위해서 일부러 일본 드라마를 열심히 본 것인지, 그 사람도 자신의 나라가 아닌 일본에서 생활하면서 저절로 드라마를 많이 보게 된 것인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그 책을 통해서 나는 일본대중문화와 그 문화의 소비자들에 대해 많은 깨달음을 얻게 되었었다.

 

이 책 '29인의 드라마 작가를 말하다' 는 우리들의 드라마 작가와 그들의 드라마에 관한 책이다. 국내에서는 드물게 시도되는 시도인데 상당히 방대한 분량이다. 그 많은 작가들이 쓴 그토록 다양한 드라마를 다 보았기에 그들의 작품과 그 작품을 쓴 작가. 그리고 그 작품을 시청한 우리 나라 시청자들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고 보니 드라마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나도 여기 소개되는 드라마들의 상당부분을 어런 저런 이유로 보았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이 책은 단순히 드라마에 대한 단순한 나열이나, 드라마 작가의 선호도나 훌륭함에 대한 감상평과는 거리가 있는 책이다. 이 책은 다양한 방법으로 우리나라의 드라마를 분류하고, 드라마를 단순한 재미가 아니라 여러가지 방법의 시각으로 살펴 보는 책이다. 그런 작업의 재미와 효율성을 더하기 위해서 작가와 작가의 비교라는 방법을 사용하여, 서로 다른 작가의 드라마들이 어떤 시각에서 볼때 어떤 점들이 서로 다른지를 바교해보는 방식을 채택허고 있다.

 

이 책의 저자가 사용한 이 방법은 무척 효율적인 방법이라는 생각이 든다. 드라마에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빠져든다는 것은 그 드라마가 사람들이 갈증을 느끼는 내용을 충족시켜준다는 뜻이고, 거꾸로 생각하면 우리는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얻었던 드라마를 분석함으로써 우리들이 잘 알지 못했던 우리사회의 여러가지 모습들을 드라마에서 알 수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관심을 얻는 대상을 통해 그 대상에 관심을 쏫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있다는 접근 방법인 셈이다.

 

이 책은 다양한 방법으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드라마 작가들을 비교하고 있다. 각각의 비평들이 그저 재미삼아서 하는 것이 아니라 상당히 뚜렷한 목적과 의미를 가진 것이다. 독자들은 이 책을 읽으면서 그런 비평들을 하나 둘씩 알아가면서 우리가 미처 자각하지 못했던 우리 사회의 모습들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드라마가 그토록 사람들을 몰입시키는 힘은 바로 드라마가 그들의 내면적인 자화상을 반영하게 때문이다. 그것을 예리하게 포착하는 것이 바로 작가인 셈이다. 이 책은 드라마에 대한 새로운 자각과, 우리사회에 대한 예리한 시각을 갖게 하는 남다른 효용을 갖춘 독특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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