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포스 Olympos
댄 시먼스 지음, 김수연 옮김 / 베가북스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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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항상 '이야기'에 굶주린다. 이야기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사람의 삶의 근원에 대한 미세한 관찰을 하는 이야기도 있고, 하루 하루의 삶에 대한 비망록 같은 이야기들도 있다. 이 세상을 살다 쓸쓸하게 사라져가는 생명에 대한 찬가와 비가를 부르는 이야기도 있다. 그리고 가끔 이 소설 같은 방대한 규모의 대단한 스케일을 가진 이야기도 있다.

 

아더왕 이야기. 니벨룽겐 이야기. 삼국지. 용과 신탁이 나오는 황당한 설정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그 오래된 이야기가 주는 황홀함에 끊임 없이 빠져든다. 상당히 사실적인 내용의 삼국지가 갖는 그 방대한 스케일도 사람들을 깊숙히 빨아들이며 끊임없이 그 오래된 이야기의 세계로 몰입하게 하는 힘이다. 오래된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그보다 더 대단한 규모의 매력적인 이야기를 발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성서의 이야기도 마찬가지이고, 그리스 신들의 이야기도 마찬가지이다. 때로 사람들은 오래된 고전을 가져다 그 내용을 재창조 한다. 하늘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 새로운 내용들은 오래된 내용들의 영향을 받아 태어난다. 사람들의 상상력에는 한계가 있는 것인지, 우주를 향한 장대한 꿈을 담은 스페이스 오딧세이에서 우리나라의 구전설화인 하계로의 긴 여행의 모티브를 발견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좀 더 대담한 꿈을 꾸는 사람이 있다. 아예 과거의 이야기의 원전을 통채로 가져다 그것을 아득한 먼 미래에 투사하여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를 만드는 것이 바로 이 책 올림포스이다. 책의 이름부터 신들과 인간에 관한 그 오래된 이야기를 그대로 가져다 썻다. 신들과 인간이 활동하던 무대가 바뀌었고, 그 무대의 규모가 더 크게 바뀌었다. 고대 그리스인들에게 우주였던 그리스와 소아시아 일대의 무대가, 오늘 21세기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상상력의 무대인 우주와 은하들로 무대의 규모가 커졌다.

 

신과 인간의 갈등의 방법도 달라졌다. 제우스가 번개를 날리던 방식이 새로운 기계들의 군단으로 변용되었다. 과거의 신들은 미래의 우주로 그들의 주거지를 옮기고, 그들의 생활방식도 미래의 방식으로 바꾸었다. 아더와 이야기에 수많은 다른 버젼들이 있듯이, 올림포스의 신들의 관계설정에도 변화가 있다. 재창조는 원전을 새롭게 해석하는 것이고, 낡은 이야기가 오늘날의 사람들의 환상을 사로잡는 새로운 미래로 모습을 바꾸는 것이다.

 

인간은 과거나 미래나 약한 존재들이다. 이 책에서의 인간의 모습은 과거 칼과 활로 싸움을 하던 인간들의 모습과 다를 것이 없다. 그러나 인간은 끊임없는 의지를 가진 존재이고, 그 인간의 의지가 때로 신의 의지를 꺽을 수 있다. 많은 아픔과 고통을 겪고 인간은 신과 교섭하고 고통받고 떄로 신을 물리치기도 한다. 그래서 영웅들이 탄생한다. 약한 존재인 인간이 강한존재인 신을 이기기에 영웅이 되는 것이다.

 

'오래된 미래'라는 말이 딱 맞다. 책은 우리들의 상상을 최대로 확대한 미래이다. 그 미래의 모습에 우리가 투여할 수 있는 것은 정작 우리들의 과거의 모습이다. 현재 우리에게 가능한 과학적 논법의 장애를 벗어나서 자유로운 상상력으로 이야기를 빗어내는 많은 SF 작가들은 신화적인 이야기의 틀을 미래에 투사하곤 해왔었다. 아시모프적인 논리적 SF와는 또 다른 미학을 가져다 주는 낡음의 재창조를 통한 미래상을 읽으면서 우리는 가슴이 탁 트이는 시원한 느낌을 갖기도 한다.

 

과거는 미래로 가고, 미래는 우리들의 과거의 모습을 닮아있다. 오늘날 우리들의 삶도 과거를 통해서 미래로 전진하는 하루 하루의 한걸음이다. 그리고 그 먼 미래 어느날, 오늘날을 살아가는 인간들이 소유한 '과학'이라는 논리가 꺠어지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벌어지는 그 먼 미래에, 그떄에도 인간이라는 종이 이 우주에 존재하고 있다면, 그 아득히 먼 차워의 미래에서는 혹 이 책과 같은 일들이 실제로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도 존재하지 않을까.

 

인간이 가질수 있는 상상력을 무한히 확장시킬때, 우리가 만들수 있는 이야기의 틀을 최대한으로 넓혀볼떄, 현재의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가장 아득히 먼 모험의 끝에, 서유기의 삼장법사와 손오공이 구름을 타고 먼 여행을 떠나듯이 우리들은 미래의 우주에서 올림포스와 그 신들과 그들과 맞서 싸우는 새롭지만 옛스러운 인간이라는 존재를 마주칠 수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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