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않다' 라는 말로 끝나는 제목. 그 제목이 주는 어감이 묘한 느낌을 준다. '않았다' 가 아니라, '않다' 라는 현재형. 그래서 '아무도' 와 함께 편지가 없는 것에 대한 더 강한 느낌을 주는 제목 때문이다. 아무도 편지하지 않고 있는 (아무에게도 편지를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 처해있는 사람의 이야기. 그것이 바로 이 책의 중심 내용이다. 이 책은 소통에 관한 책이다. 거대한 도시. 노랄 정도의 인구밀집. 다닥다닥 붙은 집들, 다닥다닥 붙어서 사는 사람들. 서로 몸을 부비고 타는 지하철. 그러나 사람들은 대화하지 않는다. 서로의 아픔과 서로의 고통을 자신의 옷자락 속에 감추고 소통하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하고 살아가는 사람들. 그 모습에 대한 이야기이고 우리시대의 또 다른 자화상이다. 도시에서, 짜여진 삶에서, 자신이 살던 삶의 자리에서 이탈한 사람이 있다. 길거리에 굴러다니는 비닐봉지처럼 정처없이 굴러다니는 삶을 사는 사람이 있다. 마음 내키는대로 차를 타고 , 그 차가 닫는 좀점까지 가버리는 여행이라는 것을 하는 사람. 그 여행을 무려 3년간이나 계속해서 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 눈머 개 한마라와 함께. 그는 만나는 사람마다 이야기를 건다. 대화를 하고 그 사람의 주소와 이름을 묻는다. 그리고 편지를 쓴다. 그리고 답장이 오기를 기다린다. 그 답장이 오면 자신의 정처없는 여행도 끝날수 있다는 듯이. 그러나 자신과 소통을 나누고 기꺼이 주소를 가르쳐 주었던 사람들은 편지를 하지 않는다. 아무도. 아무도 편지를 하고 있지 않다. 3년동안 길에서 만나 대화를 나누었던 750명의 사람들이. 여자가 있다. 지하철에서 물건을 파는 여자이다. 그 여자가 파는 것은 괴상한 물건이다. 지하처에서 책을 파는 사람을 본적이 있는가. 지하철에서 파는 그 많은 물건중에 포함되지 않는 것이 책이다. 그런데 바로 그 책을 팔며 정처 없는 여행을 하는 사람이 있다. '여자' 이다. 이 책은 사람과 여자의 만남과 동행과 이별에 관한 이야기이다. 홀로 따로 떠돌던 두사람은 우연히 몇일을 붙어서 지내고, 어느 도시에서 맞이한 축제의 밤. 두 사람은 목숨을 잃을뻔한 상황에서 가까스로 살아난다. 그러나 그 둘은 그들과 동행하던 또 다른 존재를 잃는 아픔을 겪게 된다. 만남 뒤에 이어지는 또 다른 헤어짐. 그 헤어짐이 그와 여자를 다시 헤어지게 만든다. 그러나 헤어짐은 그것으로 끝이 아니다. 이 세상에 살아 있는 한 다시 만날 수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러나 살아 있지 않은 사람들이 있다.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사람들. 그래서 그에게 그토록 커다란 충격을 주었던 사람들. 가장 가까웠던 존재였으나 가장 멀리 있었던 사람들. 소통의 단절에 대한 갈망. 그래서 그는 여행을 떠났고, 그 여행을 통해 그는 스스로를 치유했다. 아마에게서도 편지가 오지 않는 그 결핍의 상태. 그 잔인한 아픔의 상태속에 영영끝나지 않을 것 같은 여행을 지속하던 그 아픔은 끝이 났다. 소설도 끝이 난다. 그러나 여운은 끝나지 않는다. 독특한 화법으로 재미있게 진행되는 이야기가 끝난후에도 긴 여운은 살아 남는다. 그런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