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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의 용어사전
나카야마 겐 지음, 박양순 옮김 / 북바이북 / 2009년 8월
평점 :
어린 아이가 태어나면 그는 세상에 대해서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 엄마의 젖을 빨고, 불편하면 울음으로 그것을 표현하는 단순한 본능이외에는 가지고 있지 못하다. 그러나 동물에 비해서 자립의 속도가 현저하게 느린 인간은 동물에 비해서 훨씬 다양한 사고의 능력을 가지고 있다. 바로 그 이유때문에 현저하게 많은 성장비용(독립적인 개체가 될때까지의 시간과 그에 따라 투자되는 다양한 노력들) 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지구상에서 우뚝 설 수 있는 존재가 되었다.
충분한 지적능력이 발달한 인간은 세상의 많은 이치를 이해할 수 있다. 단지 세상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단순한 능력뿐만 아니라 인간들이 세상을 살아오면서 쌓아올린 정신적인 유산들을 잘 갈무리하고 필요할때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방법들을 발달시켜왔다. 사람은 생각을 할때 단순하게 하나의 생각에 다른 생각을 차근차근히 이어붙이는 식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인간의 사고방식은 사고의 블록과 블록을 연결시키는 식으로 이어져 나간다. 사고의 블록을 형성하는 것이 바로 용어라고 불리는 개념체계이다. 생각해보라. 인간이 생각을 할때 하나하나 처음부터 생각을 풀어나가는 것은 컴퓨터에서 하나하나의 트랜지스트를 켜고 끄고 하는 지루한 과정을 되풀이 해나가는 과정일 될 것이다. 이런 사고체계에서는 인간의 지력이 어느 정도 이상으로 발전하기가 어렵다.
다행히 인간은 과거부터 발전시켜온 인간의 지적인 유산들을 다양한 방식으로 하나의 덩어리들로 응축시켜 놓는 업적을 남겼다. 이 책의 처음부분에 나오는 용어인 이데올로기라는 것을 예로 들어보자. 매번 생각을 할때마다 "사람은 어떤 어떤 생각을 하는데, 그런 생각들을 맹목적으로 믿는 경향이 있다...." 라는 식으로 긴 생각을 한다음 그 다음의 생각을 연결시킨다면 얼마나 비능률적이겠는가. 반면에 이데올로기적인 특성이... 라고 하나의 용어에 그 생각의 묶음을 블록으로 묶어놓는 다면 사고의 속도가 얼마나 빠르겠는가. 한 사람의 머리속에서도 그렇고, 그런 생각을 다른 사람과 소통을 하기 위해서도 무척 능률적이고, 그 능률을 바탕으로 인간은 더 높은 지식을 향해 발전해 나갈수 있다.
단, 그러기 위해서는 하나의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인간이 생각을 할때 사용하는 이 효율적인 사고블로에 대해서 학습을 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그 학습의 내용은 사전처럼 딱 정해진 것은 아니어서 사람마다 조금씩의 다른 모습을 가지고, 이 사고의 다양성이 또다른 사고의 발전을 가져오게 하기는 하지만 큰 틀에서는 비슷한 틀과 내용을 담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사람들 사이에 사고의 전달이 효율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지 않겠는가.
그 용어 하나하나를 익히기 위해서 사전을 찾아보는 방법도 있고, 그 사고와 관련된 책을 통해서 몇가지의 관념체계를 익히기도 한다. 아주 중요한 개념들에 대해서는 학교에서 교과과정을 통해서 교육을 시키기도 한다. 그러나 이 책과 같이 하나의 책에 우리가 사용하는 사고의 용어들에 대해서 일목요연하게 집대성을 해놓으면 그 유용성은 배가 될 것이다. 우리가 어렴풋이 알고는 있었지만, 정확하게 개념을 잡지 못하던 용어, 알듯말듯하면서도 또렷하게 떠오르지 않는 용어... 그런 것들을 이 책을 읽으면서 정리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잡을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