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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링 엔젤 ㅣ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11
윌리엄 요르츠버그 지음, 최필원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8월
평점 :
절판
책의 시작부터 음산한 분위기가 풍기기 시작한다. 책의 여기저기서 복선을 연상케하는 이름과 단어, '숫자들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엔젤'이란 이름을 가진 사립탐정에서 청탁을 해온 '사이퍼'라는 사람. 그들이 만나서 대화를 나눈 식당은 666번지에 있다. 어떻게 생각해보며 처음부터 너무 뻔한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게다가 출판된지 벌써 40년이 다 되어가는 책이 아닌가!
하지만 이런 선입견들은 책을 읽어가면서 기우였다는 것이 밝혀진다. 오히려 40년이 지난 지금에도 한국에서 출간이 될 정도의 멋진 포스를 가지 책이다. 책의 힘은 미스테리나 교묘하 짜임새, 스릴러 같은 곳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한 사립탐정이라는 인간이 인생을 대하면서 매 순간의 삶을 살아가는 모습에서 느껴지는 씁쓸함 같은것이 이 책의 품격을 올려준다. 골치아픈 문장들의 연속이 아니라, 빠르 속도로 지나가는 문장속에서 느껴지는 한두줄의 말들로 그런 깊이를 주는 것이 자가의 매력이다.
플레이보이같은 잡지에 연재를 해온 작가라고 하지만 그의 작품소개에 나온 나머지 세가지의 소설들의 면면을 살펴보아도 그의 작품세계가 무척 폭넓고, 그의 사유의 공간이 넉넉하다는 것을 쉽게 느낄수 있다. 문학동네의 블랙펜 클럽문고로 오르기에 손색이 없는 컬랙션이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책이다.
내가 이런 식으로 적는다고 해서 책이 재미없다는 뜻은 전혀 아니다. 그 오래전에 이렇게 몰입도가 높은 흥미로운 책을 지을수가 있다는 것이 놀라울 뿐이다. 서서히 열기를 달구기 시작한 책은 마지막 부분을 향하여 가면서 손에서 책을 떼고 싶지 않은 기분이 들 정도로 몰이도를 높여가는 책이다. 그리고 마지막의 결론은 놀라움의 극치이다. 아무렇게 읽어온 내용들이 정교하게 물려 떨어지는 치밀한 복선이었다는 것이 드러나는 그 흥미로움.
게다가 이 책은 보기 드문 격조를 않고 있다. 1950-1960년대의 미국 뉴욕의 분위기는 요즘 넘쳐나는 뉴욕 책들에서 느끼는 것과는 사뭇다르다. 그 시절을 배경으로 한 영화에서는 느끼기 힘든 것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 역시 언어적 테스트의 힘이라고 하겠다. 영상이 끝내 대체할 수 없는 공간. 그 공간을 작가는 이미 예견을 한 것처럼 무척 자유자재로 구사하고 있다.
이 책이 다시 영화로 만들어 진다고 한다. 미키루크와 로버트 드 니로라는 영광의 이름을 가진 배우들이 열연한 영화를 다시 리메이커 한다니... 그러나 이 책은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다. 책을 음미하면서 천천히 읽으며 보낸 시간들이 무척 보람되게 느껴진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