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의 추억
사이 몽고메리 지음, 이종인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9년 7월
평점 :
품절


참 훈훈하고 따뜻한 책이다. 새로운 소재를 발굴하여 좋은 읽을 거리를 재공해주는 책이기도 하다. 동물에 대한 사랑을 전하는 책은 이 책이 처음은 아니다. 많은 책들이 자연으로의 회귀와 동물위에 군림하려는 인간의 오만함에 대한 반성을 촉구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이 책은 그런 거슬리는 소리는 한마디도 하지 않고, 실재로 자신이 경험한 이야기를 아기자기 하게 들려주면서 독자들이 저절로 돼지의 놀라운 이야기에 빠져들도록 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이 책을 읽은 많으 사람들은 인격을 가진 돼지와의 교감을 간접적으로 느끼면서 그 아름다운 이야기의 추억을 오랫동안, 아주 오랫동안 간직하게 될 것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크리스. 그런 인간스러운 이름을 가진 돼지는, 참 인간스러운 삶을 살아간다. 한배에서 태어난 돼지중 가장 가녈고 어려서, 태어나자 마자 바로 움직이고 먹이를 찾는 동물과는 달리, 태어나서 홀로 독립을 할때까지 긴긴 보살핌이 필요한 갸느린 존재이다. 동물에게 연약하고 갸늘다는 감정이 이입된다는 것 자체, 그리고 그런 감정이입을 독자들이 자연스럽게 경험을 하도록 해주는 것 자체가 이 책이 가진 놀라운 힘이다.

크리스가 성장기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크코 튼튼한 한마리의 독자적인 돼지로 자라게 되었을때, 그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돼지가 온 동네를 헤집고 꿀꿀거리고 돌아다니는 것을 싫어하지 않고, 마치 한 동네의 이웃, 이웃 가족의 한 사람처럼 웃고 즐거워하고 보살펴주며, 돼지로 인한 자신들으 삶의 소소한 불편과 크고 작은 손해들을 참고 인내하면서 함께 크리스의 삶의 동반자가 되어주는 놀라운 시골마을의 이웃들의 존재 또한 이 책을 읽는 나에게 놀라움을 주었다.

맥주를 마시는 크리스, 선글라스를 쓴 크리스, 자신이 먹고 싶은 것을 고집하는 크리스, 자신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전기철조망의 아픔을 무릅쓰고 끊임없이 도전하는 크리스의 모습은 진정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동물이라는 것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애당초 애완동물을 키우는 것에 별로 경험이 없고, 꼭 인간이 만물위에서 지배를 해야한다고 생각을 하지는 않지만, 돼지고기를 즐겨 먹으면서 돼지의 삶에 대해서는 한번도 생각해보지 않는 나도, 이 책은 동물과 함께 지구상에서 살아가는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해서 거부감없이 다시금 생각해보게 하는 감동적인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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