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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사과
기무라 아키노리, 이시카와 다쿠지 지음, 이영미 옮김, NHK '프로페셔널-프로의 방식' / 김영사 / 2009년 7월
평점 :
책 표지에 나온 사과의 모습이 예쁘다. 3층으로 세워놓은 새빨간 사과의 모습이 무척 매력적으로 보이는 책이다. 이 사과가 바로 기적의 사과라는 것이다. 일본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는 사과. 그래서 기적의 사과라고 불린다는 그 사과이다. 이 책은 이 사과를 만드는 과정을 그린 일본의 다큐멘터리 필름을 제작한 사람들이 필름에 미쳐 다 담기지 못한 내용을 책으로 엮은 실화이다.
30년. 기적의 사과를 만들기 위해 바친 세월이 무려 그렇게나 오래 걸렸다. 유기농 농업이란 말을 우리가 들은 적이 이미 오래돼었다. 그러나 그것이 30년이나 된 것은 아니다. 이 사과를 만든 사람은 그런 말이 돌기도 전에 이미 유기농 농업을 시작했다. 단순히 농약을 뿌리지 않고, 화학 비료를 주지 않기만 한 것이 아니다. 사과를 자연 그대로의 모습으로 재배하기 위한 노력을 한 것이다.
그 결과 몇년만에 그는 알거지가 되었다. 참혹할 정도로 빈곤에 시달렸고, 이웃들로부터 멸시의 대상이 되었다. 주인공의 약간 오타쿠적인 성질, 지나칠 정도로 순박하면서,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고집스러운 성질이 아니었으면 그 기나긴 30년의 세월을 결코 이겨낼 수 없었을 것이다. 말이 쉬워 30년이지 강산이 3번이나 변할 그 긴 시간동안 그와 그의 가정에 일어났을 일들을 생각해보면 아찔할 뿐이다.
그러나 이 책은 그런 아득하고 힘든 순간들을 마치 아름다운 수채화를 보는 듯한 느낌의 글로 채워준다. 마치 '나무를 심는 사람들'이라는 그 유명한 에니메이션을 책으로 보는 듯한 느낌을 줄 정도로 환상적이고 신비적인 문체로 이야기를 덤덤하게 풀어간다. 전혀 과장이나 사실이 아닌 이야기는 포함되지 않았다. 있었던 일대로, 취재한 내용 그대로, 단지 글을 풀어가는 솜씨가 대단할 뿐이다.
사실 이 내용의 소재가 책을 환상적으로 만들기에 충분할 정도로 엽기적인 것이 사실이다. 여기서 말하는 엽기적이라는 것은 재미삼아 이상하다는 것이 아니라, 목적을 향한 끊임없는 도전이 무려 30년간이나 이어져온 무모할 것 같은 그 길고도 긴 도전의 과정에서 있었던 온갖 시행착오들을 바라보면서 떄로는 감동하고, 때로는 실소를 터트리고, 떄로는 같이 가슴아파하기에 나오는 말이다.
기적의 사과는 하늘에서 떨어진 것이 아니다. 땀과 노력으로 만들어낸 창조된 기적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