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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 오브 더 북
제럴딘 브룩스 지음, 이나경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7월
평점 :
절판
한권의 고서. 그 고서에는 얼마나 많은 이야기들이 담겨져 있을까. 이 책은 흥미로운 스토리를 통해 과거로의 여행을 떠나는 책이다. 이야기가 전개될 수록 점점 더 깊은 과거로 떠나는 그 여행은 그 책이 태어나 여기저기 여행을 해오는 동안 얼마나 많은 사연들이 책을 스쳐지나 갔는가를 보여준다.
'하가다'라는 유대인의 성서. 유월절에만 가정용으로 사용되는 그 책은 장식이 없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이 책의 중심 소재가 되는 그 책은 보기 드물게 아름다운 세밀화들이 들어 있는 특별한 책이다. 그 특별한 책에 깃들어 있는 몇가지의 눈에 잘 뜨이지 않는 요소들. 고문서 감식 복원을 전문으로 하는 주인공은 그 요소들을 따라서 책의 과거를 더듬어 올라간다. 그녀가 하나씩 밝혀내는 그 책의 과거에는 그 책인 진정으로 겪은 이야기의 단서만이 들어 있을 뿐이다. 새로운 단서들이 하나씩 등장할때마다, 다음 챕터에서 그 단서들에 얽힌 사연들에 대한 소개가 되풀이되는 형식으로 중층적인 구조를 가진 책.
그러나 그 단서들이 하나같이 가슴아픈 사연들이라면. 유대를 떠나 세상에 흩어진 디아스포라 유대인들이, 여기저기를 옮겨다니고, 그 발길을 따라 같이 옮겨다니면서 그 유대인들이 겪는 삶의 아픔의 흔적들을 여기저기에 담게 되는 그 책의 여로를 음미하는 것은 무척 가슴아픈 경험이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유고슬라비아의 내전과 인종청소와 같은 아픔이 그 뿌리가 얼마나 깊은 것인지. 얼마나 오랫동안 숙명처럼 그 아픔을 지니고 살아온 사람들이 있는 것인지. 그런 것을 잘 느끼게 해주는 슬프면서 아련한 책이다.
'사라예보의 첼리스트' 라는 가슴 아픈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그 감동과 아픔이,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서 긴 세월에 걸쳐서 연연히 이어져 왔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이 책은 삶의 잔인함과 폭력성에 대한 통찰과 함께 역사성을 더함으로써 더욱 깊은 성찰을 가능하게 해준다. 또 과거와 현재가 교차됨을 통해서 우리가 살아가는 오늘의 삶도 역시 아픔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는 역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