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바로 써먹는 3분 영어 - 회화주제편
이아람.이지영 지음 / 두앤비컨텐츠(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7월
평점 :
이 책이 영어회화 책중에서 제일 좋은 책이라고 말할수는 없을 것이다. 그 많은 영어회화책을 다 공부해 본 것도 아니고, 내 마음에 든 영어회화책이라고 다 좋은 책이라고 할수는 없을 것이다.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이야기는 이 책이 내 마음에 쏙 드는 책이라고 할 수 있는 정도일 것이다. 다른 이에겐 어떻든 말든 내 마음에 들면 그것에 최고가 아닐까.
내가 왜 이 책을 좋은 책이라고 하는 이유를 설명하자면 좀 구구하다. 그냥 쉽게 이야기 하면 제목부터, 책의 내용까지 딱 '필'이 꼽히는 책이라고 하는 것이 제일 나을것 같다. 나는 책을 많이 읽기도 하지만, 마음에 드는 책은 아주 꼼꼼하게 읽기도 한다.
학창시절 영문법책 한권을 가지고 무려 2년을 공부했었다. 그 2년동안 딱 10번 그 책을 봤다. 진득하게 않아서 남들이 어떻 고급수준의 책을 보든 상관하지 않고, 그 초급수준의 책에 나오는 문법, 단어, 문장을 하나도 빼지 않고 다 외워 책이 너덜너덜한 걸레가 되고 난후 내 영어실력은 나를 놀리던 사람들보다 결코 못지 않았었다. 다독과 함께 정독의 중요성을 난 그때부터 알고 있었던 것이다.
난 지금도 생각한다. 고등학교 교과서 수준의 영어이면 충분하다고. 사실 좋은 문장들은 교과서에 다 들어 있지 않은가. 우리나라 고등학교 국어교과서의 문장을 제대로 구사할 수 있는 사람이면, 우리나라에서도 훌륭한 사람으로 평가 받을수 있다. 미국고등학교는 아니라도, 한국고등학교 영어교과서면 외국인에게 필요한 영어능력은 충분한 것이다. 단 회화만 빼고.
그래서 학교영어 성적은 그리 나쁘지 않았던 내가 사회에 나와서 외국인처럼 생긴사람이 가까이 다가오기만 하면 경기를 하는 이유일 것이다. 해외여행을 나갔다가, 외국인과 자유롭게 대화를 나누는 한국사람들이 '그토록' 많은 것을 받고 또 한번 쇼크를 받았다. 해외의 물정에 관한 궁금증이 끝이없어, 내가 모르는 것, 내가 미처 가보지 못한 곳에 대한 책을 즐겨 읽는 내가, 언젠가 자유로운 시간을 얻어 여행을 할 수 있게 될때, 말이 딸려서 우아한 여행을 못하게(바디랭귀지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은 체험을 통해 자부한다. 그러나 역시 우아함은 좀 떨어질 수 밖에 없지 않겠는가!) 될수도 있다는 꺠닳음이 나를 엄습해온 것이다.
그때부터 나는 회화책들을 사 모으기 시작했다. 물론 그중에는 아예 손도 안댄 책들도 많지만, 정성들여 여러번씩 읽는 책들도 많다. 그러나 나는 영어 회화는 문법과 단어를 공부하는 것과는 방식을 달리한다. 한권만 파고 드는 것이 아니라, 마음에 드는 여러권을 번갈아가면서 읽는 것이다. 당연하지 않겠는가. 회화란 내가 원하는 말만 하는 것이 아니다. 상대방의 응답에 따라 대화가 이어지려면 다양한 상황에 대한 언어구사력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당연히 한권만 죽자고 외워서는 불가능한 것이 영어회화의 속성이다.
내가 읽는 여러권의 영어회화 책의 문장들을 완벽하게 외우지는 못한다는 것을 나는 솔직히 인정한다. 그러나 내고 읽어버리는 문장들이 길에서 물건을 잃어버리듯이 완전히 내 머리에서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무심코 읽고 무심히 사라져가는 기억들이 삶의 어느 순간 어느 뜻밖의 장소에서 문득 살아나는 것을 느끼기 때문이다. 영어방송을 듣거나, 마음속으로 영어대화를 하는 순간 갑자기 오래전에 읽었던 회화책의 내용이 어디서 나타났는지 "놀랐지!" 하면서 나타나는 것을 느끼기 때문이다.
회화는 문법과 공부하는 방법이 다르다는 것을 나는 이해한다. 물론 아주 기본회화는 달달 외우고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보다 조금 더 나은 회화를 하려면, 바로 이 책과 같은 류의 책들이 도움이 될 것같다. 너무 호들갑을 떨며 평소 잘 사용하지 않을 것 같은 문장들로 튀어보려는 기획된 책들이나. 너무 현지인 답게 슬랭까지 모아놓은 고급회화책은 나에겐 필요없는 책들이다.
이 책처럼 수수하고, 일상적으로 잘 사용될 것 같고, 너무 틀에 박힌듯한 문장만 나열하지도 않고, 자신의 현학적인 실력을 과시하는 것도 아닌 책. 읽고 잊어버리고, 또 읽고 잊어버리고, 부담없이 슬슬 읽으며 지나치는 책, 영어 회화책을 읽다가 꾸벅꾸벅 졸기도 하고, 그러다 어느순간 삶의 모퉁이에서 '짠'하고 나타나 써먹을 수 있을 것 같은 요긴한 문장들. 다양한 상황에 대한 다양한 언어적 묘사의 능력. 너무 어렵지 않고, 너무 복잡하지 않지만, 너무 틀에매이지도 않은 문장. 그래서 이 책은 내 영어회화공부책의 기본목록에 끼워줄만큼 딱 좋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