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물고기 - 물고기에서 인간까지, 35억 년 진화의 비밀
닐 슈빈 지음, 김명남 옮김 / 김영사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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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안에 나의 옛모습이 깃들어 있다. 세상에 갓 태어나 첫 울음을 울던 그 순간부터, 유녀기와 사춘기를 거치면서 세상을 인식하고, 세상에서 좀 더 잘 적응하는 삶을 살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그에 따라 세월과 함께, 세상과 함께 변화해와 오늘에 이르기 까지 꾸준히 변화해온 내 삶의 흔적들이 나의 내면 깊숙한 곳 어디엔가 남아있을 것이다. 가끔 꿈속에서, 멍한 상념속에서 불쑥 튀어나오는 그 과거의 모습들은 나에게 내가 살아온 자취들을 깨우쳐 주곤 한다.

 

나라는 인간이 세상과 교감하면서 정신적인 성숙을 거쳐 하나의 성인이라는 인간으로서 존재하고, 나의 후손을 통해 사랑을 나누고, 내가 얻은 지혜를 함께 교감하고, 애정을 나누는 자녀를 기르고 또 언젠가 다가올 죽음을 예감하는 것이 나의 개인사이다. 그렇듯 나도 그 속에 포함되는 인류라는 또 하나의 나도 자신의 집단적인 개인사가 있을 것이다.

 

나에게 유아기와 청소년기가 있었듯이, 인류에게도 원숭이와 유사한 존재로서 살던 시절이 있었을 것이고, 그 이전의 시절이 있었을 것이고, 그보다 더 오래된 시절이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나의 내면에 남아 있는 과거의 흔적들과 마찬가지로 인류의 삶이 거쳐온 자취들도 우리들 인류들의 몸안에 그대로 잘 보존된 자취로 남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이런 비유가 단순한 비유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 책 내 안의 물고기는 정말 우리들의 몸안에 남아 있는 양서류, 물고기, 박테리아로서의 인류의 과거의 모습을 보여주는 인류의 전기와 같은 책이다.

 

사실 인류가 발전해온 모습에 대한 책을 접하는 것은 새로운 경험은 아니다. 이미 우리들에게는 잘 정리된 진화에 관한 책들이 소개되어 있다. 진화의 미래. 오리진, 속 오리진 같은 뛰어난 책들을 통해 우리는 인류가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를 알수 있다. 유전자 인류학같은 책을 통해 최근 각광받는 유전자가 인류학적 연구에 어떻게 유용하게 사용되는지도 알 수 있다.

 

우리는 또 더 많은 것을 알고 있다. 원시의 우주가 어떠했는지, 원시 지구는 어떤 상태였는지, 원시 지구를 덮고 있는 바다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났는지를 안다. 태초의 아미노산은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도 안다. 캠브리아기의 폭팔적인 종들의 증식과 그에 대한 자세한 화석연구들도 알고 있다. 심지어 그런 화석을 연구하는 방법들이 어떻게 발달해왔는지를 잘 설명해주는 일반인용 책도 있다. 그러나 태초의 아미노산이 오늘날의 인류와 어떻게 연관이 되는지를 일목요연하게 설명해주는 책은 아직 만나지 못했다.

 

요즘 유전자의 염기서열이 밝혀지면서 생명공학에 대한 관심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우리는 새로운 생명을 창조하고, 기존의 생명을 복재하고 변형시키는 것도 가능한 시대를 살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는 우리라는 존재가 어떻게 이 세상에 나타나게 되었는지에 관해서 자세히 알지는 못한다. 우리는 생명체라는 것이 생존을 위한 '생존기계'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다. 진화라는 것은 목적성을 가지고 더 나은 곳을 향해서 발전해나가는 것이 아니라, 환경의 변화에 끊임없이 적응하는 응전의 과정이고 그 우연한 결과물이 소위 지성을 가진 우리 인류라는 것 또한 이해하고 있다.

 

그러나 이 모든 지적 발전에도 불구하고 태초의 아미노산과 오늘날의 현생인류를 이어주는 연결고리들을 추적하는 작업은 그리 순탄하지 않다. 바로 그 어렵고 힘든 작업을 비교적 이해하기 쉽도록 명쾌하게 설명해주는 것이 바로 이 책 내 안의 물고기이다. 유전자의 염기서열이 모든 것을 설명하는것 같은 분위기가 팽배하는 오늘날, 비교생물학자로 출발한 노교수의 지적 노작이 우리들에게 태초의 아모나산에서부터 태초의 원시생물과 물고기와 인간을 연결하는 이어지지 않았던 연결고리를 제공하는 좋은 교재가 되는 것이다.

 

그 자신의 대단한 고생물학적인 발견을 한 현장고생물학자이면서도 오늘날 이루어지고 있는 첨단 분자생물학의 트랜드를 잘 이해하고 있는 저자는 서로 양립하기 힘든 두 학문의 분야를 자유자재로 드나들면서 자신 특유의 위트가 넘치고, 자신의 경험을 포함한 흥미를 유발하는 문장으로 우리들을 지적인 잔치로 이끌고 있다. 천천히 인내를 가지고 이 책이 가진 자양부을 흡입하는 독자라면 우리의 기원과 우리라는 존재. 우주와 나와의 관계에 대해서 이 책을 읽기 이전에 가지고 있던 것보다 훨씬 더 나은 시선을 확립할 수 있으리가 확신한다. 보기드물게 좋은 저서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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