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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인 1 ㅣ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9
기예르모 델 토로 외 지음, 조영학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6월
평점 :
절판
뱀파이어 문학이 다시 기세를 부리고 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고전적인 뱀파이어가 아니라 새로운 유형의 뱀파이어. 나는 전설이다에서 보여준 뱀파이어 바이러스에 의해 전염된다는 아이디어.(영화에는 그런 내용은 나오지 않습니다) 그런 아이디어가 이 책에서는 더 극적인 문학적 방법으로 읽는 사람들의 흥미를 잡아끈다.
사실 나는 개인적으로 좀비류의 영화들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 영화들을 보러 영화관을 찾는 일은 물론 없고, 집에서 케이블 TV에서 공짜로 보여주는 방송도 채널을 다른 곳으로 돌려버린다. 그러나 '나는 전설이다.'라는 작품을 우연히 책으로 읽게되었을때(사실 원서로 공부삼아 읽다가, 새로운 흥미를 느끼게 되었다) 느낀 흥미는 괴물들이 우글대는 화면과는 또 다른 느낌을 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작년에 우연히 읽게 된 트와일라이트 시리즈(이 시리즈도 영문으로 읽었다)를 통해서도 뱀파이어 문학의 새로운 가능성을 느끼게 되었다. 새로운 시대에 맞는 새로운 감성으로 끊임없이 재탄생되어 현대화되는 미국적 문학적 감성의 힘을 느끼게 된 것이다. 사실 그 전까지는 감히 문학으로 불리는 것 자체가 불쾌하던 분야가 가진 새로운 가능성과 힘을 느끼게 된 것이랄까. 새로운 시대에 맞는 새로운 어법으로 쓰려지는 문학적 감성.
스트레인은 수많은 훌륭한 SF영화를 연출한 사람이 저자라는 점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이 책은 무척 시각적인 느낌을 준다. 거대한 서사적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법이 영화의 다채로운 신들을 바라보는 듯하고, 사건중심으로 끌어가는 이야기의 구체적인 디테일이 무척 시각적인 느낌을 준다. 동적인 느낌속에서 느껴지는 새로운 전율과 흥분. 그리고 그 속에 조용히 느껴지는 인간의 공포와, 그것을 이겨내려는 의지. 그래서 이 책은 새로우면서도 문학의 전통을 잇는 끈을 놓지 않은 작품이기도 하다.
최근의 몇 작품들을 읽으면서 뱀파이어 문학이 다양한 방식으로 일정한 진화의 과정을 밟아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고전적인 우아하고 귀족적이며 매력적이면서 사악한 낭만적 뱀파이어가 아니라, 오늘날의 시대에 어울리는 과학적으로 설명가능하고, 서민적이고 대중적이고 현대적인 느낌을 주는 뱀파이어로 바뀌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 떄문이다.
'나는 전설이다.'라는 작품에서 주인공이 vampirus 라고 명며한 바이러스와 뱀파이어의 혼성체적인 생명체가 뱀파이어 출현의 원인으로 설정되었다. 이 책 역시 인간을 숙주로 생각하는 독특한 생명체를 폭팔적인 뱀파이어 출현과 창권의 원인으로 설정하고 있다. 엄청난 생명력을 발휘하는 새로운 종의 생명체에 대해 사람들이 우왕좌왕하는 가운데 , 의지와 지혜를 모으고 새로운 종류의 공포에 도전하는 인간의 의지가 돋보인다. 그래서 이 책은 뱀파이어의 책이 아니라, 뱀파이어의 위협에 도전하는 인간에 관한 책인 것이고, 무척 흥미로운 스토리를 가지고 있지만, 단순한 재미로 읽고 마는 책이 아니라 진지한 문학적 성찰의 주제가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