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 - 사라진 릴리를 찾아서,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24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
마이클 코넬리 지음, 김승욱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5월
평점 :
품절


스릴러 소설이라고 다 같은 스릴러 소설이 아니다. 스릴러 소설에도 격이 있기 마련이다. 만약 그 격을 A, B,C,D 로 나눈다면 나는 이 책에 A를 주고 싶다. 흠잡을데 없는 만족감을 주는 소설이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문체이지만 일부러 멋을 낸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쉽게 술술 읽히는 문장, 흠없이 잘 다듬은 번역. 두툼한 책의 부피감, 거친 감각의 표지...  책의 내용뿐 아니라, 책을 구서하는 모든 것이 마음에 든다.

 

이 책의 작가마이클 코넬리의 다른 작품 '시인'을 이미 읽어보았기에, 그의 작품에 대한 기대감을 가지고 읽기 시작한 책이다. 그러나 이 책은 기대 그 이상을 가져다 준 드문 책이다. 기대를 가지고 읽기 시작한 책에서 느낀 배신감을 얼마나 자주 겪어왔던가.

 

만약 나와 같은 감성을 가진 사람, 나와 비슷한 분야에 흥미를 가진 사람이라면 이 책에서 아마 나와 비슷한 수준의 만족도를 느낄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책의 말미 단 한페이지에 불과한 후기에서 이렇게 말한다. "이 책은 소설이다. 그러나 이 책에 나오는 과학적 내용은 현실이다."

 

이 책의 소재가 되는 과학적 내용. 나노분자의 생물에 대한 내용은 내 전공과 무척 밀접한 관련이 있다. 나는 대학원떄 분자생물학 학점을 따야 했기에 이 책의 내용이 상당한 근거가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렇기에 이 책은 단순한 스릴러라기 보다 더 많은 현실감을 가지고 나에게 다가왔었다.

 

책의 구성과 소재가 그렇다면 이젠 스토리에 대해서 이야기 할 때이다. 이 책 역시 스릴러 책들에서 흔히 보이는 고도의 두뇌게임을 선보이고 있다. 그렇기에 이 책은 무척 재미있게 읽힌다. 이 책을 한자리에서 읽으면서 밥먹기도 싫고, 잠들기도 싫으면서, 또한 빨리 읽기도 싫은 기분.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그 기분을 이해할 것이다.

 

잔 꽤 부리지 않는 책. 빈약한 내용을 부풀리려고 사건을 비꼬으고, 과거와 현실을 오가고, 여러가지 이야기를 병치시키고 하는 어지러움이 이 책에는 없다. 간간히 과거에 대한 회상장면이 나오긴 하지만 결코 한페이지도 넘지 않는 간략한 내용이다. 그래서 이 책은 복잡하지 않다. 그냥 술술 읽어 넘어가면 된다.

 

그러나 그냥 건너뛰듯이 달리듯이 읽어서도 안돼는 책이다. 이 책에 나오는 아주 조그만 에피소드들에 복선들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책을 읽기 시작하는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동일한 긴장감을 유지하는 보기드문 힘을 가진 이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그 복선들이 한곳으로 모이면서 폭팔적인 힘을 가진 결론을 이끌어 낸다.

 

더 많은 이야기는 하지 않으련다. 더 많은 것을 적고 싶은 마음이야 가득하지만, 혹 스포일러가 되면 이 책을 읽는 다음 사람에게 재미가 없지 않겠는가. 원래 가장 맛있는 것은 가장아껴서 먹어야 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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