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펜 클럽 시리즈를 1권부터 빠짐없이 읽어왔었다. 블랙펜 클럽 시리즈물들은 다른 장르문학과는 다른 독특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 모든 시리즈들이 다 좋은 반응을 불러 일으키고 있지만 난 개인적으로 블랙펜 클럽 시리즈의 첫번째 책인 '비밀의 계절'을 가장 좋아한다. 세밀한 심리묘사와 등장인물들 사이의 미묘한 심리적 갈등을 아주 잘 묘사한 수작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 작품은 요즘 나오는 소설들의 특징인 극적인 반전이나 괴기할만큼 독특한 소재같은 것은 없지만 사람의 심리가 사람을 어떻게 이끌어가는가를 성공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작품이었다. 이번에 만난 편집된 죽음도 그런 면에서 무척 반갑고 고무적인 책이었다. 그동안 블랙펜 클럽은 프랑스문학과 일본문학등을 거치면서 다양하고 신선한 작품들을 소개해 주었다. 그러나 다시 접하게 된 이 프랑스작가의 문필은 맨 처음 만났던 미국작가의 작품인 비밀의 계절과 무척 흡사한 느낌을 준다. 물론 프랑스 식민지였던 이집트에서의 야성적인 소녀와의 만남등, 미국문학에서 느끼기 힘든 프랑스적인 느낌이 강한 심리적 임팩트를 주지만, 이 책은 평이한 문체로 덤덤하게, 그러나 치밀하게 등장인물의 심리적 대립과 갈등을 잘 묘사하고 있다. 얼핏 아마데우스와 흡사한 느낌을 주는것 같지만, 그 유명한 작품과는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법이 다르다. 노력해도 되지 않는 천재를 시기하는 것이 아마데우스라면, 자신의 빗나는 문학적 재능과 함께 자신의 지순한 사랑의 대상을 아무렇지도 않게 빼앗아버린 상대를 벗으로 삼으로 평생을 살아온 회한에 어린 노신사가 이 책의 주인공이다. 평생을 저주스러운 친구아닌 친구와 밀접한 관계를 맺으며 살아야 했던 그 야속한 운명. 그것이 대표하는 것은 삶이라느 것이 우리에게 주는 배반과 아픔의 느낌을 잘 대변하는 것에서 우리들의 억눌린 마음에 해방감을 준다. 기한 없는 듯한 오랜 기다림. 그늘속에서 살아야만 했던 그 긴 세월. 그 오랜 기다림 끝에 마참내 절호의 복수의 기회를 잡은 주인공이 혼신의 힘을 다해 기울이는 복수를 위한 완벽하고 재빠른 행동을 담는 부분을 읽을때는 책을 잡는 내 눈길이 더 빠른 속도를 내지 않을수 없었다. 아끼려고 애쓰는 음식이 더 빨리 혀끝으로 사라져 버리듯이, 이 책의 페이지가 그리 두텁지 않은 것이 몹시 원망스러운 책이었다. 우리들 사람들의 삶이란 대부분 그렇지 않은가. 오랜 기다림과 오랜 좌절. 잠간동안의 아름다웠던 순간에 대한 잊지 못함. 그 아름다운 추억을 않고 살아가는 길고 고독한 여정... 기대하지 않은 곳에서 그런 동질감을 느낄수 있는 책을 만날수 있다는 것이 독서를 하는 이유이고, 아픔에도 불구하고 삶을 지속하는 이유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