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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선뎐
김점선 지음 / 시작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암에 걸려 죽어가는 여인. 나는 그 얼마남지 않는 목숨을 질투하는 나를 발견한다. 그런 내모습을 들여다 보며 나는 말한다. 너는 얼마나 쪼잔한 인생인가. 이 여인을 보아라. 다같이 힘든 시기, 다 같이 어려운 시기에 태어나 모든 사람이 다 가지는 시간을 동등하게 나누어 갖은 그녀는 이렇게 폼나는 책을 자서전이라고 써내는데(그려내기도 하고) 너는 그녀가 살아가는 그 시간동안 도대체 무얼하고 살아왔는가.
감히 김점선같은 유명인과 나자신을 비교하는 나를 바라보면서 내가 간댕이가 부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확실히 나는 일개 필부이고, 그녀는 세상이 다 인정해주는 대가이다. 타고난 재능도 있지만, 인생을 치열하게 살아갔기 떄문이다. 나에게 부여된 것과 꼭같은 시간을 그녀는 투정을 부리는데 쓰는대신에 자신의 삶을 향상시키고, 자신이 진정으로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자신의 삶을 쓸데 없는 곳에 소모시키지 않았다.
젊은 시절에 나는 나에게 재능이 부족한 것에 대해 고민을 했었다. 좋은 음악을 듣고 좋아할 줄은 알지만 음악에 관한 소질은 전혀 없었고, 그토록 그림을 좋아해서 미술관이나 화랑에서 살다시피 했지만, 나는 그림에 대해서는 전혀 소질이 없었다. 극단이나 전통문화연구회에서도 나는 조명이나 비추는 신세였다. 배우로서의 소질이 없다는 것이었다. 결국 나는 책만 죽어라고 파게 되었다. 그나마 나를 버티게 한 힘은 단 한가지의 희망떄문이었다.
그 시절 나는 절망을 내 앞에서 않혀 놓고서는 이렇게 약속했다. " 절망아 나를 떠나거라, 난 너와 어울리지 않는 족속이다. 난 내가 사랑하는 예술에 재능이 없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난 절망하고도 별로 어울리지 않는단다. 난 대신 새로운 희망을 발견했다. 바로 내 삶 자체를 예술처럼 살아가는 것. 내 삶이 하나의 거대한 행위예술, 퍼포먼스가 되도록 하는 새로운 예술장르를 창조해 갈 것이다." 나는 그렇게 말하고는 내 곁을 맴돌며 침을 삼키고 있던 절망이란 놈을 떠나 보내고 말았다.
시간은 흐르고 내 등위로 따사로운 햇살이 머물때, 나는 결코 배짱이처럼 게으르지 않았다. 열심히 책을 읽었고, 나중에는 미루어둔 공부를 열심히 했었다. 사회에 나와서도 기를 쓰고 열심히 살았다. 다른이들이 젊음이란 것을 만끽할때 나는 하루 하루를 전쟁을 치르듯이 살아냈었다. 바로 삶이라는 이름의 거대하고 장엄한 예술을 이루기 위해... 그런데 이 선점뎐이라는 이 책의 표지를 보라. "각자의 삶은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예술품이다." 악다문 이빨뒤에 숨겨두고 있던 그 마지막 생존에의 의지를 이 여인은 이렇게도 쉽게 온세상에 공개해 버린 것이다. 마치 "너만 그런 생각을 가지고 사는줄 알았지?"라고 하듯이.
세월이 흐르고, 나이가 들면서, 인생은 혼자만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겪어가는 아픔과 고통과 절망과 비루함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그것도 멋진 글로 표현한다. 50줄에 들어선 사람들은 저마다 그런 것들을 느끼고 있고, 그런 것이 인생무상이나 비애니 아픔이나 하는 말들로 마치 화폐처럼 통용되고 있다고. 이보다 더 멋지고 신랄하고 내 가슴을 찌르는 표현이 어디에 있을까. 무엇하나 모자람이 없이 거침없이 자신의 삶의 아픔을 견뎌내고, 무엇하나 모자람이 없이 인생에서 사람이 겪어야 할 관문들을 다 통과하면서, 그러면서 그녀는 자신의 세계 또한 구축한 것이다. 그 모습 앞에서 나는 한없이 작아질 수 밖에 없다.
다시 책을 읽는다. 처음에 느꼇던 그 질투와 시기와 분노를 필터링한다. 하룻밤을 고민으로 지세웠기에 내 속에 뜨거운 스팀처럼 달아오르던 그 감정들은 이제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다. 그리고 그녀의 삶의 괘적을 읽는다. 공감이 간다. 대단하다. 때로는 나와 참 비슷하다는 것을 느낀다. 친밀해진다. 그래서 점점 더 그녀가 좋아져간다. 내가 따라가기에 한참 모자라는 사람이지만, 나와 참 비슷한 인생을 살아온 여자. 그래서 더욱 박수를 쳐주고 싶은 사람. 그녀가 지금 아프단다. 그 아픔을 참으면서 이뤄낸 전기인 이 책에 박수를 보낸다. 감사하다. 알게되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