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
로버트 J. 소여 지음, 김상훈 옮김, 이부록 그림 / 오멜라스(웅진) / 2009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가장 흥미로운 여가생활은 무엇일까. 신나는 것이 몰입하는 것이다. 노동과 삶의 의미가 분리된 시대인 오늘을 살아갈때, 노동이 끝나고 난 자유의 시간을 가장 자유롭게 사용하는 것은 꼭 필요하기도 하고 바람직하기도 하다. 다음 노동을 위한 충전을 위해서, 이 세상을 온전하게 살아갈 정신의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 그리고 삶의 의미를 위해서도. 

물론 귀한 여가시간을 의미있고 보람된 시간을 갖는 능력을 갖는 사람은 더욱 훌륭한 사람일 수 있지만, 순수한 재미만을 경험하는 일에 몰두할 수 있는 것도 기분좋은 이완이다. 가끔 영화관에서 정말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짜릿한 영화에 몰두할 수 있을때 잠시나마 우리는 행복감을 느낀다. 삶에서 축적된 억압을 풀어낼 수 있는 실재같은 강한 액션을 보면서 흥분하는 것도 그리 나쁘진 않다. 

그러나 액션도 나오지만 순수한 지적인 오락거리를 제공하는 좋은 책을 읽는 것은 한층 더 나은 경험을 제공할수도 있다. 한시간 반가량 이어지는 진지하게 몰입할 수 있으면서도 작품성 높은 영화를 만나는 것이 참 드문 일이듯이, 책을 열자마자 이야기에 심취하여 끝까지 쉬지 않고 읽어나가는 그런 독서경험을 주는 책을 만나는 것도 그리 쉽지 않은 일이다. 

어릴적. 아직 세상에는 경험하지 못했던 신비로운 이야기들이 가득했던 시절. 내일을 위해서 그만 자라는 부모님의 명을 이불속에 렌튼을 켜놓고 책을 보며 밤을 지새던 그떄의 기 기억이 다시 되살아나는 소설을 중년이 된 이 나이에도 만날수 있는 것은 그리 흔한 일이 아니다. 화성인, 우주전쟁, 시간여행, 공룡... 이런 것은 어른이 된 우리들의 마음속에도 아직도 존재하는 어린이들 남몰래 갈구하는 열망의 대상이다.  

그러나 문제는 그런 이야기를 우리가 이미 습득한 과학적 지식에 맞으면서도 흥미롭게 펼쳐내는 책들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이야기를 좋아하는 우리가 이제껏 읽어왔던 책의 부분적인 재탕이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데 성공한 그런 책을 만나고, 그 책의 전개가 끝까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이어지는 그런 책을 만나는 것은 얼마나 어려보 드문 일이겠는가. 

새로이 출간되는 거의 모든 책들이 많은 찬사와 좋은 추천사로 무장을 하고 나타난다. 멸종이라는 이 책도 많은 추천사를 표지의 뒷면에 덕지덕지 붙이고 있다. 사실 표지의 그림은 요즘 출판되는 한국의 멋진 표지를 단 책들에 비할때 촌스럽다는 느낌을 주기까지 한다. 그러나 일단 책을 읽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이 강하게 빨아들이는 그 강한 흡인력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멸종' 이 책은 오늘 하루 내 속에 가득하던 스트레스를 멸종시킨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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