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참 묘한 형식을 취하는 책이다. 이 책은 '국화와 칼'이라는 제목의 일본문화에 대한 분석을 한 저자로 유명한 루스 베네딕트에 대한 책이다. 전기의 형식을 취하고 있으나 정작 전기는 이 길지 않은 책의 절반 밖에 차지하지 않는다. 지루하지 않고 부담스럽지 않게 읽을 수 있는 분량이다. 그리고 책의 나머지 절반은(정확히는 전체 4/5중의 절반, 그러니까 2/5) 의 분량은 루스 베네딕트의 저작물들을 모은 것이다. 짧은 논문도 있고, 국화와 칼 중에서 한 부분을 인용한 내용도 있다.
이 책의 나머지 1/5는 이 책 저자의 서문과 이 책에 대한 부록형식의 추천사로 이루어져 있다. 그런데 묘한 것은 이런 세가지 부분들이 잘 조화를 이루면서 루스 베네딕트란 인물에 대해 잘 알수 있게 해준다는 사실이다. 독자가 루스 베네딕트라는 이해하기 쉽지 않은 인물을 잘 파악할 수 있도록 무척 정교하게 짜여진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분이 살았던 시기는 오늘날과는 다른 시기였다. 여자교수 여자인류학자에 대한 편견과 배척이 심했던 시기였다. 인류학에 대한 접근 방법에 대해서 진지한 고민이 이루어지든 시기이기도 했다. 또 그녀가 자랐던 독특한 환경과, 그녀가 가진 남다른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그의 삶과 학문에 영향을 미치기도 했었다. 이 모든 것들을 이해하지 않고서 그의 저작만을 읽고 그의 글만 읽는 다는 것은 텍스트 뒤에 숨어 있는 많은 것들을 놓지게 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때문에 이 책은 무척 유용하다. 부담스럽지 않은 두께의 독서를 통해서, 인류학이라는 아직도 그리 대중과 친하지 않은 학문에 대해 자연스럽게 이해의 깊이를 높일 수 있기 떄문이다. 요즘 학문이라는 것은 지나치게 분화되고 객관성이라는 이름하에 지나치게 메마른 것이 되어가는 경향이 있다. 심지어 인류학 내에서도 그런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는 것 같다. 이 책은 사람의 체취와 목소리가 살아있는 인류학 저서를 경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주었다.
요즘 왠지 모르게 나 개인적으로 인류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개인적인 선호의 이유를 굳이 설명하기는 힘들지만, 너무 딱딱하고 실용위주의 책들을 독서하다보니 생겨난 일종의 반발감이나, 예전에 읽던 인간미가 물씬 풍기는 글들에 대한 그리움이 작용하는 것이 아닌가 모르겠다. 이 책을 읽는 것을 계기로 인간미가 풍기는 인류학적 저서들에 대한 일련의 독서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이 나에게 준 영향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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