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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 마음으로 찍은 풍경 - 문인 29人의 춘천연가, 문학동네 산문집
박찬일 외 엮음, 박진호 사진 / 문학동네 / 2009년 2월
평점 :
왠지 모르겠지만 춘천은 내 마음속에 다른 도시와는 다른 느낌을 가지는 도시로 자리를 잡았다. 흔히들 이야기 하는 호반의 도시. 안개와 눈과 낭만과 예술의 도시... 무엇보다도 경춘가도의 끝에 자리 잡은 마음 저편,,, 아릿한 그리움이 서린 곳에 자리잡은 유형의 도시이면서도 무형의 의미가 더한 도시가 되었다.
그 도시에도 나와 같은 사람들이 꼭 같은 한국말을 하면서, 나와 같은 신문을 보고 나와 같은 시름을 안고 살아가고 있을 것이지만, 그래도 춘천이라는 수상한 부호는 나에게 뭔가 다른 느낌을 주는 것은 틀림없다. 대학원 수업때문에 수없이 지나쳤던 춘천가도. 주변에 스쳐가는 경치들. 춘천은 나에게 그런 도시였다.
대른 사람들에게 춘천은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는 곳일것이다. 같은 시대를 같은 자리에서 살아가는 사람들도 저마다 느끼는 것이 다른 법이다. 서로 다란 시간대를 살면서 춘천과 연고가 있는 사람들이라고 해서 서로 춘천에 대해서 같은 느낌을 가질수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재미가 있는 것일게다. 내가 아는 도시 춘천. 그곳을 다른 이들은 어떻게 느꼈을까하는 생각이...
사실 내가 재일 좋아하는 글은 수필이다. 시간이 나면 나도 짬짬이 어수룩한 수필을 써볼려고 노력을 한다. 그러나 반대로 내가 제일 읽기 싫어하는 장르 또한 수필이다. 내가 수필에 애착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어지간한 사람들이 쓴 수필이란 이름의 글들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 교만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다른 이들의 글을보지 않고 나 스스로 자아내는 글이야말로 남들의 영향을 받지 않은 나만의 글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큰 작용을 했을 것이다. 각설하고...
그런 나에게 이 책은 견고한 방어막을 무너떠리는 힘을 가진 책이었다. 제목부터가. 표지의 사진부터가 왠지 마음을 끌리게 했다. 춘천... 그들은 그곳을 어떻게 느꼈을까... 책을 찬찬히 읽으면서 서로 다른 사람들이 서로 다른 저마다의 춘천을 경험하면서 살아가며 느낀 것들을 읽으면서 나는 행복한 시간을 보내었다. 나보다 나은 글들을 읽는 순수한 즐거움을 경험하면서...
잘 기획되고, 잘 쓰고, 잘 정리하고, 예쁜 사진들과 함께 잘 정리된 깔끔하고, 아름답고. 마음에 와닿는, 좋은 책이다. 이렇게 후한 글을 남기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나도 언젠가 글쟁이가 되고 싶은 마음의 줄을 놓지 않고 살아가면서 선배(가 될) 문인들에 대한 존경의 마음과 함꼐 은근한 경쟁의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책은 나의 경계심을 무너뜨리고 그저 학창시절 교화서를 읽듯이 마음을 완전히 풀어놓게 만드는 책이다.
주말 오후, 느릿하게 책을 펴들고 한줄 한줄 교감하면서 읽으면서 춘천이라는 서로 다르면서 또한 같은 공간에 대한 사념의 능선을 넘나들면서, 오늘 하루 나는 참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이런 책들을 자주 접할 기호가 있으면 나의 삶은 아마도 훨씬 더 풍요로워질 것이다. 나도 이젠 경계심을 줄이고 다른이들이 쓴 책에 좀 더 마음을 활짝 열어야 할 것 같다.... 그런 깨달음을 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