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작가연보가 끝난 책의 맨 뒷쪽에 '가면과 분열의 세상에 던지는 메시지'라는 제목으로 '옮긴이의 말'이 적혀있다. 나는 평소 옮긴이의 말을 잘 읽지 않는다. 종종 내가 책에서 읽는 것과 옮긴이가 읽는 것이 서로 다를 때가 많기 떄문이다. 떄문에 옮긴이의 말을 먼저 읽고나면 아무 내용을 모르는 책을 읽는 '순수한 즐거움'이 사라질 경우가 많기 떄문이다. 옮긴이는 '싸움을 벌일 이유는 많다. 하지만 적을 무조건 증오하고 전지전능한 하느님도 자기와 함께 적을 증오한다고 상상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 라는 구절을 인용하고 있다. 그 부분이 이 책의 가장 중심적인 메시지라는 것이다. 이 책을 찬찬히 읽고 난 나는 그가 인용한 이 구절에 동의 한다. 내가 책을 읽으면서 마음속으로 밑줄을 그은 부분도 정확하게 그가 인용한 바로 그 단락이었다. 온통통 블랙 유머로 가득찬 이 책은 무척 흥미롭고 속도감 넘치게 읽히는 재미있는 책이지만, 책을 읽는 내내 많은 생각을 하게 하고,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것을 충분히 공감하고 동의하게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다. 책을 좀 읽었다고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만의 작은 성을 구축하고 있어서, 이렇게 복잡한 삶의 모습을 그리는 책에 그리 쉽게 마음을 내주지 않는 법이다. 그러나 그런 수비자세를 무장해제 시키게 만드는 힘이 이 책에 깃들어 있다. 재미있는 이야기처럼 지나가면서도 시종일관 비장미를 풍기는 서사적인 힘의 거대함에 공감하고 압도되는 것 때문만은 아니다. 이 책은 코믹한 요소로 구성되어 있다. 책의 말미에 주인공이 체포되는 과정까지도 우스광스러운 희극적 일화로 표현되지만, 그것은 사실상 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이 내지를 수 있는 가장 기괴한 비명의 극적인 표현이라고 생각된다. 삶. 어떻게든 해야 하는 선택. 그리고 세상. 세상과 나의 파열음... 작가는 그 아픔과 비극을 표현하고자 했을 것이다. 이 코믹한 책으로... 그래서 책의 제목이 '마더 나이트'가 아닌가 생각한다. 어머니처럼 삶이라는 아픔을 잉태하고, 또 그 아픔에 대한 위로를 해주는 캄캄한 밤의 온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