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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의 시계장치
마티아스 말지외 지음, 임희근 옮김, 박혜림 그림 / 문학동네 / 2009년 2월
평점 :
절판
멋진 독서경험을 안겨준 책이다. 세상에는 많은 책들이 있지만, 그 책들을 읽고 또 읽어도 또 이렇게 새로운 감동과 멋진 시간을 보낼수 있는 즐거움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은 작가들의 상상력이 끝이 없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해준다.
이 책은 기본적으로 사랑에 관한 책이다. 너무 아름다운 전반부와 약간 건조한 문체로 이어지는 후반부의 구성이 멋지다. 그토록 아름다운 문장으로 장식되던 전반부의 흐름이 후반부로 가면서 다소 건조한 문체로 바뀌는 것은 작가의 문장력의 한계 때문이 아니다.
사랑에 관해서 이야기 하고자 하는 이 책의 사랑의 내용이 전반부와 후반부에서 서로 다른 내용을 가지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전반부의 사랑은 아픈 사랑이다. 세상의 가장 후미진 곳, 세상에서 가장 버림 받은 사람들이 아프게 살아가는 장면을 너무나 아름답게, 읽으면서 눈물이 찔끔찔끔 시야를 흐리게 할 정도로 아름답고 또 아름다운 언어들이 끝도 없이 시처럼 이어진다. 운율 또한 멋지다.
전반부의 서정은 후반부의 서사로 이어지면서 그 멋진 운율과 한문장 한문장 끊임없이 은유와 은유의 교차로 이어지던 감정이입을 차단하는 작용을 한다. 그리고 그렇게 톤이 달라진 후반부는 아름다운 사랑을 담고 있다. 슬픈 사랑은 아름답게, 아름다운 사랑은 건조하게... 이 색다른 조합이 이 책을 끝까지 시종일관 힘있게 만드는 매력이다,
누에고치에서 비단을 술술 뽑아내는 것처럼 유려한 문체를 일부러 건조하게 만들면서까지 책의 완성도를 높이는 것, 그것이 이 작가의 범상치 않은 능력이다. 아름다운 언어와 함께 작가는 세상을 보는 따사로운 시선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것을 적절한 제어하에 둠으로써 감성이 지나치지 않게 한다. 그리고 더욱 감동적인 결말이 이 책을 기다리고 있다.
슬프지만 아름다운 사랑의 산물로 태어난 한 인간이, 아름답지만 슬픈 사랑을 경험하고, 어느듯 아이에서 성인으로 변하고 나서 다시 돌아온 고향. 그곳에는 여전히 슬픈 아름다움이 기다리고 있다. 옛사람은 사라지고, 이제 성인이 된 새로운 사람이 이어받은 그곳에서 아픔은 지속되고, 또한 사랑 또한 지속될 것이다. 우리들의 삶이 그러하듯이... 이 아름다운 책은 우리들의 삶을 그렇게 일꺠워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