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착각 - 글로벌 금융 위기를 넘어
최운화 지음 / 이콘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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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책을 한국사람이 썻다는 사실이 자랑스럽다. 오늘날 우리들의 삶의 모든 감각은 우리를 짓누르고 있는 이 정체 모를 기괴한 경제위기에 온통 쏠려있다. 우리의 잘못은 아닌데, 우리들에게 엄청난 고통을 몰고오는 이 고통의 원인과, 어떻게 진행될 것이며, 도대체 언제쯤 끝날 것인지. 하루하루 이 엄청난 압박을 피부로 느끼며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는 이것이 무척 중요한 일이다. 

당연히 이 문제를 다루는 많은 책들이 나오고, 나도 그런 책들을 몇권 읽고 많은 것을 느끼고, 세상이 돌아가는 이치에 대해서 뒤늦게 조금씩 깨닳아가고 있었다. 이 책도 다른 책들과 비슷하게 지금 우리가 당면한 이 위기가 일어난 원인에 대한 성찰을 주로 하는 책이다. 그러나 이 책은 다른 책들과 다르게 파생금융과 서브프라임 모기지에서 부터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1929년의 대공황에서 부터  시작하는 점이 다르다. 

끝도 없이 계속되면서 전세계를 피폐하게 만들었던 그 엄청난 공황. 지금 우리가 겪는 전세계적인 규모의 이 위기도 대침체란 표현을 쓰지 대공황이라는 표현은 아직 사용하지 않는 것을 보면 당시의 심각성이 얼마나 크고 심대했는지를 알수가 있다. 이 책은 결국 2차세계대전이 일어나면서야 끝이 났던 그 공황을 경험한 이후에 자본주의가 만든 안전장치들에 대해 설명을 한다. 

그리고 지난 20여년간 잘 지켜지던 자본주의의 위기관리에 대한 안전장치가 어떤 과정을 통해 하나씩 무력화되어 갔는지에 대한 설명을 차근히 늘어놓는다. 바로 이 부분이 지금의 경제 위기를 설명하는 다른 책들에서 만날수 없었던 부분이다. 한때 경제대통령으로 추앙을 받던 그린스펀 의장의 재임시기와 맞물리면서 이른바 침체가 없는 '신경제'라는 용어를 만들어내며 끊임없이 성장할 것같이 보였던 엄청난 호황의 시간들. 

그 시간이 결국은 거대한 버블을 만드는 기간이었다는 것. 그리고 그린스펀을 비롯한 그 유명한 경제학자들이 이 전무후무한 자본의 축제가 발생한 원인을 설명하고, 합리화하고, 우려하는 의견을 불식시켜온 과정에 대한 성찰을 하는 책이기도 하다. 미국의 아이비리그를 졸업한 우수한 두뇌들이 대거 몰려든 월 스트리트에서 실제로 벌어진 일들이 사실은 얼마나 추악한 모랄 해저드였는지에, 버블의 꼭대기에 않아있는 그들이 만든 것은 결국 다른 사람이 망해도 그들만은 이익을 챙길수 있는 금융공학이었다는 것을 알려주는 책이다. 

자본주의에서 경기호황과 경기침체가 반복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인데, 그것을 유동성공급으로 임의로 부풀려놓은 것이 지나치게 오래 지속된 것이 바로 거품을 키운 것이고, 그 커진 거품이 꺼지면서 전세계적으로 네트워트화되누 유동화 자산들의 가격이 급락할 수 밖에 없었다는 과정을 설명하는 이 책은 참 차분하다. 어려울것 같은 경제 내용을 이야기를 들려주듯이 차근차근 하나씩 들려준다. 책을 읽다보면 오늘날 우리가 당면한 세상의 문제가 무엇인지 눈이 뚤리는 듯이 시원한 느낌이 든다. 

경제는 생물이다. 우리가 닥친 이 위기가 어디로 갈지, 언제 끝이날지 아직은 아무도 모른다고 저자는 말한다. 대공황 이후에 우리가 닥친 가장 큰 위기이기 때문이다. 지금 사용되고 있는 처방들은 대공황을 겪은 이후 여러 경제학자들이 대공황에 대해 연구하며 나름대로 준비해놓은 처방들을 하나씩 써보는 것일 뿐이라는 것이다. 그동안 연구만 해보았지, 한번도 실제로 사용을 해보지 못한 처방들. 그래서 그 처방이 잘 들을 것인지, 어느 처방이 더 효과가 좋은지 우리는 전세계적인 규모의 일종의 실험을 당하고 있는 것이라는 것이다. 

아무도 앞날을 알수가 없다. 단지 우리가 왜 이곳에 오게 되었는가에 대한 과정은 이 책으로 충분히 궁금증이 해소가 된다. 그리고 오늘날 각국이 사용하고 있는 처방이라는 것이 만능의 효과가 입증된 효험이 용한 약이 아니란 것도 알게 되었다. 다만 앞으로 이와 같은 상황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머리 좋은 사람들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다수를 위험에 빠뜨리는 모럴 해저드가 다시 생기지 않도록 경각심을 더욱 높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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