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비밀의 밤
딘 R. 쿤츠 지음, 김진석 옮김 / 제우미디어 / 2009년 1월
평점 :
절판



스티븐 킹과 이 책의 저자를 비교하는 표지 안쪽에 적힌 이야기가 무척 흥미로웠다. 딘 쿤츠라는 작가. 나에게는 아직 무척 생소한 이름이다. 이 책을 읽기전까지는. 장르소설이라고 하지만, 장르소설도 나름이다. 소설이라는 것이 과거의 것이 지금과 형식과 전개법이 많이 다르듯이, 소설은 현재도 변화를 진행하는 중이고, 흥미위주로 읽히는 장르소설도 깊이를 더한 것이 있어, 긴 세월이 지난 후엔 고전의 반열에 드는 것이 있을 것이다. 딘 쿤츠라는 작가도 그런 후보들 중의 하나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표지에 적힌 생각이 그리 틀리지 않은 것 같다.

 

이 책은 흥미로운 사건의 전개가 박진감있게 진행되는 동시에 등장인물들 각각의 심리적인 기술이 매우 매력적이다. 흥미를 자아내기 위해 이야기를 끌어나가기 위한 평면적인 심리묘사가 아니라, 등장인물들의 심리적인 배경이 결국은 이야기의 결말을 이끌어내게 되는 구조를 가진 책이다. 심리적 묘사가 많이 등장한다고 해서 지루하지는 않다. 오히려 그 심리적 묘사가 이 책에 빠져들게 하는 힘이 되는 책이다.

 

이 책은 또 책을 이루는 각 챕터들이 무척 짧다. 그래서 불과 몇페이지를 읽다보면 다른 사람의 관점에서 다른 이야기를 읽게된다. 처음에는 각 이이야기들이 전혀 연관성을 찾기가 힘들다. 모든 이야기들이 나에게는 생소한 한 종류의 개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것 같지만, 사실 개는 이 책이 다루는 중요한 내용이 아니다. 각 이야기를 하나로 모으는 계기가 되는 매개자의 역활이 이 책에서는 그 종류의 개에게 지워진 것이다. 그 개가 지닌 이름이 다양하게 변주되어 나오는 것도 무척 흥미롭다.

 

모든 사람들의 인생에 커다란 음모와 전문적인 킬러가 등장하지는 않는다. 이 책에 나오는 것과 같은 소재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 책에 등장하는 사람들이 겪는 심리적인 변화와 성장과정에서의 트라우마들은 크든 작든 우리들 모두가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각각의 사람들에게는 그들에게만 중요한 의미를 갖는 사물이나 사람이나 지나간 일들이 있다. 사람들의 삶은 자신도 모르게 그런 것들을 중심으로 빙빙 돌면서 커다란 원을 긋는 것이 아닐까.

 

이 책은 흥미로운 이야기의 전개와 진지한 심리적인 성찰이 보기 드물게 잘 어울려지는 책이다. 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가지만 그들은 난무하는 총알속에 넘어지는 군중들이 아니다. 이야기의 박진감을 불어넣기 위해 피가 넘쳐나게 만드는 그런 유형의 책들과는 거리가 멀다. 사람의 삶. 사람의 삶의 아픔. 작가가 표현하고픈 사람의 삶이라는 것을 성찰하는 방법으로서 택한 것이 바로 이 책의 이야기 구조이다. 그런점에서 이 책은 장르가 문학과 결합하는 좋은 예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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