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세계 - 세계 권력의 대이동은 시작되었다
파라그 카나 지음, 이무열 옮김 / 에코의서재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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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문명의 충돌이라고들 이야기 한다. 9.11도. 이라크전도. 중국과 미국간의 보이지 않는 미묘한 힘겨루기도. 그런 잣대로 해석을 해온 것이 은연중의 우리들의 태도였다. 그러나 이 책은 세상을 보는 시선을 단숨에 바꾸게 만드는 그런 큰 힘을 가진 책이다. 이 책을 후쿠야마 교수의 얄팍한 이론과 비교하는 것 자체가 거북하다. 이 책은 '거대한 체스판'을 읽을때 느꼈던 전율을 느끼게 하면서, 그보다 더 선명하게 새로운 세상의 틀을 보는 명확한 시선을 제공해준다. 그리고 이 책의 내용에 대체로 수긍하게 되면서, 세상의 구석구석을 바라보는 저자의 세밀함과, 그 세밀한 정보들을 엮어서 큰 그림을 그리는 대범함에 동시에 놀라게 된 책이다. 

저자는 세계를 제1세계와 제2세계 제3세계로 나눈다. 많이 들어본 이 단어는 냉전시대에 양 냉전당사자와 비동맹국가를 지칭할때 사용되던 단어와는 전혀 다른 개념으로 사용되고 있다. 세계를 이끌어가는 슈퍼파워 3개의 힘을 제 1세계. 그 슈퍼파워들의 게임에 참여할 능력이 거의 없는 나라들을 제 3세계로 규정한다. 그러면서 동시에 슈퍼파워들의 힘겨루기 게임에 큰 영향을 받지 않을수 없는 위치에 있으면서, 동시에 그들 자신의 선택과 결단에 의해 슈퍼파워들의 힘겨루기에 영향을 미칠수 있을 만한 위치에 있는 국가들을 제 2세계로 분류한다. 이 책의 제목인 제 2세계는 바로 그런 위치에 있는 나라들의 입장을 하나하나 분석하고 비교하는 내용에 아주 적합한 이름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슈퍼파워중 한 축인 EU를 예로들면 저자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명확히 알 수 있다. 오늘날 유럽주요국가들의 인구중 상당수가 비기독교 이슬람인들로 이루어져 있다. 백인이 아닌 사람들의 비중도 상당히 높다. 새로운 이민자들의 유입과 동구권에서의 노동인구의 유입으로 이런 현상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EU는 자신들의 경제영토를 확장하는 과정에서 결과적으로 비기독교 이슬람인구들을 더 많이 흡수할수 밖에 없는 위치에 있다. 그렇게 하는 것만이 다른 슈퍼파워들과의 파워게임에서 더 많은 힘을 축적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오랫동안 미루어오기는 했지만, 결국 터키도 EU의 일원이 되고 말 것이다. 세속화되었다고 하지만 터키는 이슬람국가이다. 어쩌면 EU의 세력확장은 중앙아시아나 북부 아프리카로까지 확대될지도 모른다. 오늘날 경제적 이익을 위한 세력의 이합집산은 우리들이 상상하는 것 이상이다. 석유를 확보하기 위해 머나먼 중동에서 전쟁을 벌이는 미국을 생각하고,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자신의 나라의 반대편에 위치한 아프리카와 중남미에 공을 들이는 중국을 생각해보면 바로 코 앞의 이슬람국가들을 포용할 수 있는  EU의 입장을 이해하고도 남는다. 

문제는 그렇게 진행되어 나가는 현실이 더 이상 문명간의 충돌이론으로 잘 설명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미국이 알케에다라는 테러집단을 소탕할 목적으로 벌였다고 하는 전쟁은 사실은 자원확보와 중동과 중앙아시아에서의 헤게모니 확보를 위한 것이었다는 것은 이미 자명한 사실이다. 문명간의 충돌로 여겨졌던 사건이 사실은 경제적인 이익을 위한 것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미국은 NAFTA를 넘어서 남미를 자신의 세력권에 더욱 공고히 넣으려고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그곳은 전통적으로 미국의 앞마당이 아니었던가. 중국이 동남아에 대해서 세력을 확장하는 것을 당연시한다면,  EU가 이슬람권으로까지 세력을 확대하려는 것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바로 이것이 오늘날의 세계의 질서를 이해하는 올바른 관점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이 가치로운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날카로운 분석으로 새로운  세상을 읽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함과 동시에, 제 2세계에 속할만한 나라들 각각의 현실에 대해서 밀도있게 설명하는 것은 이 책을 읽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우리가 피상적으로 알고 있는 나라들의 지정학적, 인구학적, 경제적 중요성과 그 나라들이 택할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서도 세밀하게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의 설명처럼 가장 중요한 것은 이념이 아니다. 힘을 결정하는 근본적인 힘은 인구통계학적인 요소와 지정학적인 요소, 그리고 자원이다. 우리가 하늘같이 받들어 왔던 기술의 진보상태는 오히려 덜 중요한 요소로 간주될 수도 있다. 기술이나 부는 재편될 수 있고 순위가 바뀔수도 있다. 그러나 지정학적, 자원적, 인구학적인 요소는 쉽게 바뀌기 어려운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이런 새롭고도 분명하고 매우 설득력있는 내용을 흥미롭게 전해주는 매우 흥미로운 책이다. 아마도 먼 훗날 새로운 고전으로 평가받을만한 책이로 기억될만 하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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