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마피아
케르스틴 기어 지음, 전은경 옮김 / 들녘 / 2008년 12월
평점 :
품절


새로운 책을 읽을때마다 그 안에 어떤 내용이 들어 있는지 궁금해진다. 책을 읽는 매력중 상당 부분이 그 책을 읽기전에 느껴지는 바로 그 호기심어린 진지함에 있다. 어떤 책은 기대했던 대로, 어떤 책은 기대했던 것과 전혀 다른 즐거움으로, 또 어떤 책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세상으로 나를 인도한다.

 

이 책은 마지막 경우에 속하는 책이다. 이미 우리나라에 잘 알려진 작가인것 같은 이 저자의 책을 나는 처음 읽는다. 그래서인지 이 책을 읽으면서 느끼는 신선함은 더욱 매력적이다. 매끄럽게 흘러가는 부드럽고 스피디한 문장이 예상했던 것과 다른 내용의 이야기 쏙으로 나를 깊숙히 끌어들인다.

 

이혼녀. 아무 잘못없이 남편에게 일방적으로 쫒겨나다시피 두 아이와 함께 집에서 밀려나온 헌 싱글맘의 고군분투기이다. 그러나 흔히들 생각하는 것 같은 눈물이 쑥 나오는 슬픔이나, 괴로움이 동참해야 하는 고문을 당하는 일은 결코 없다. 이 책은 무척 유쾌하고 산뜻하다. 그래서 흥미롭게 읽혀진다.

 

인물묘사가 탁월하다. 등장하는 인물들을 마치 캐리커쳐를 그리듯이 뚜렷한 개성을 가진 사람들로 묘사하는 탁월한 재능을 이 작가는 가지고 있다. 그리고 복잡한 서술을 통해서가 아니라, 정신없이 계속되는 다양한 사건과 사고들을 통해서 그 개성들이 만나고 부딪히고 마침내 제 자리를 잡아간다.

 

세상에는 잘난 사람들이 많다. 잘난척하면서 그들끼리 무리를 지으면서 세를 형성하고, 또 그런 그룹에 속한 것으로 만족감을 얻으며 남들과의 비교우위를 느끼려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또 세상의 다른 한편에서는 끊임없이 자신의 권리만을 요구하며 타인의 삶을 간섭하려는 사람들도 존재한다. 우리들은 그런 사람들에게 치이고 다치면서 늘 아픈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기가 쉽다.

 

이 책 속의 주인공들도 그러하다. 그들의 삶은 아프다. 그러나 그들은 그 삶을 막막함 속에 퍼질러 않아서 슬피울며 보내지는 않는다. 할 수 있는 일. 오늘의 일을 하면서 묵묵히 새로운 삶과 마주치기를 피하지 않는다. 그러는 과정에서 그들은 서로를 발견하고, 그들을 주눅들게 하던 그 어마어마하던 힘들이 실제로는 아무것도 아닌 것이라는 것을 깨닳아간다.

 

서로가 힘을 합치고 서로가 서로를 돕고 그들이 힘을 합쳐서 잘난척하는 사람들의 가족들이 당하고 있는 아픔을 돕는 부분에 이르러서 이 책의 흥미는 최고조에 달한다. 이 책은 삶이라는 아무리 힘들어 보여도 한번쯤 열심히 살아볼만한 것이라는 것을 느끼게 해준다. 전혀 설교조의 고리타분함이 없는 경쾌한 문장과 유쾌한 에피소드와 함께.

 

그렇다. 슬픈가. 아픈가. 외로운가. 낙담했는가. 하루를 긍정하라. 그리고 사람과 마주치기를 두려워하지 말라. 당신은 마피아처럼 세상을 당당하게 맞서 나갈 힘을 자신의 속에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런 동일한 유형의 사람들을 만나고 마음을 열고 힘을 합친다면, 세상은 충분히 살만한 것이고 우리들의 삶에는 축제가 있을 것이다. 저자는 그렇게 말하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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