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국의 비밀 - 로마 제국은 병사들이 만들었다
배은숙 지음 / 글항아리 / 2008년 11월
평점 :
품절


로마에 대한 이야기들은 항상 흥미를 돋군다. 지구의 반대편. 오래전 옛날. 발달한 문명으로 커다란 세계를 지배한 제국. 제국이라는 것이 항상 긍정적인 것은 아니지만, 현재 존재하는 제국이 아니라 과거의 영화만 남긴 제국이기에 더욱 흥미롭다. 현실적인 위협의 대상이 아니기 떄문에, 전혀 위험 부담을 느끼지 않고 마음대로 그 영화의 비밀에 대한 이야기들을 훔쳐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저런 이유로 로마를 소재로 한 영화들 책들이 오래전부터 많이 소개되어 있었다. 그러나 우리나라 사회에 결정적으로 로마에 관한 관심을 고조시킨 계기는 바로 '로마인 이야기'라는 일련의 긴 시리즈 물이었다. 일본의 소설가가 역사적 사료를 바탕으로 쓴 팩션같기도 하고 역사책 같기도 한 이 책이 가진 묘한 매력은 로마에 대한 열광을 불러 일으켰다고 할 수 있다.

 

관심이 커지면 욕구도 더 많아진다. 로마를 더 자세히 알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한 다른 책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그 가운데는 수작으로 꼽을만한 책들이 있다. 나는 특히 최근에 읽은 '강대국의 비밀'을 추천하고자 한다. 로마는 군대의 나라이다. 화려한 문화와 역사, 넓은 땅, 시민권, 공화정... 로마가 남긴 유산은 무수히 많지만, 로마를 키워나가고 로마의 시민제를 유지하고, 로마를 강성하게 만든 것은 역시 군대였다.

 

그래서 로마를 다룬 많은 책들이 로마가 끊임없이 겪었던 전쟁들에 대해서 이야기 한다. 병법에 대해서, 로마의 지휘관의 특성에 대해서, 시민군에 대해서, 로마 보병의 무장의 장단점에 대해서, 로마가 딱은 도로들에 대해서, 로마식 칼의 특징적인 모습에 대해서, 그토록 강성하던 로마가 서서히 힘을 잃어간 과정에 대해서... 

 

이 책은 강대국의 비밀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지만, 사실은 과거의 팍스로마나를 구현했던 로마재국의 강성함의 비밀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책이다. 왜 로마군은 그토록 많은 전쟁을 겪으면서도 사방에 둘러싸인 적들로 부터 자신을 효율적으로 지키고, 오히려 영토를 확장시켜 나갈수가 있었을까. 저자는 그 비밀을 바로 군대의 내부에서 찾아내고 있다. 그점이 군대를 외부에서 바라보던 다른 책과 이 책의 결정적인 차이점이다.

 

이 책은 로마군의 삶의 모습을 눈앞에 선히 볼수 있도록 만들어 준다. 청년이 로마군으로 징집당하는 장면부터, 선택의 과정, 어떻게 훈련을 받고, 어떻게 배속을 받고, 평상시와 전시의 생활은 어떤지를 자세히 알려준다. 로마군은 자신들을 스스로 어떻게 생각했는지, 로마의 장교와 병사들의 관계는 어땟는지, 왜 로마군은 강할수 있었는지...

 

이 책은 로마군의 하드웨어뿐 아니라, 로마군의 소프트웨어에 관해서 더 많은 부분을 언급한 책이다. 하드웨어를 언급하기는 쉽다. 그러나 소프트웨어의 특성을 이해하기는 무척 어렵다. 그래서 많은 사료가, 많은 시간이, 수많은 노력이 필요하고, 그런 자료들을 모으고 통합하고 산출해내는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필요한 무척 어려운 작업이다. 이 책은 바로 그런 일을 성공적으로 해낸 책이다.

 

놀랍게도 이 훌륭한 책의 저자는 한국인이다. 한국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우리 학계의 연구수준이 이 정도의 경지에 올라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 무척 자랑스럽다. 저명한 외국의 학자들이 쓴 수준 높은 문화인류학 책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기 떄문이다. 그러나 정작 우리들 자신의 역사는 이렇게 세세하게 분석된 것이 없다는 것이 또 아쉽지 않을수가 없다. 남아 있는 사료의 절대량에 따른 차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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