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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크 - 위험, 기회, 미래가 공존하는
피터 L. 번스타인 지음, 안진환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08년 12월
평점 :
아이비리그를 나온 머리회전이 빠른 사람들만이 모여 있는 지성의 집합소인 월스트리트. 한줌의 사람들의 머리와 손끝에 의해 전세계의 경제가 좌지우지 되는 곳이 바로 월 스트리트이다. 그런데 아이러니 하게도 지금 전 세상은 바로 그 월 스트리트에서 발생한 잘못으로 인해 엄청난 고통을 받고 있는 중이다.
자본주의의 역사상 불가피하게 호황과 침체가 반복되어 나타나고, 떄로는 더 큰 경기순환의 사이클에 따라서 대호황과 공황이 나타나기도 한다고 한다. 그러나 모든 호황과 공황에는 그 나름의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그 이유가 차곡차곡 쌓여서 한꺼번에 터져나올때 자본주의의 최대 약점이 드러나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의 최고 두뇌를 가진 집단들이 어려운 금융공법을 사용하여 만들어낸 최첨단 금융기법이 지금 세상을 주름지게 하고 있는 이 어려움의 원인이라고 한다. 서브프라임모기지의 위험을 분산할려고 만든 상품을 고안해서 팔고, 그 상품의 리스크를 분산시키기 위한 또 다른 파생상품을 만들고, 그 파생상품에 대한 파생상품들을 만들어 나간 것이다. 그래서 이 금융위기의 범위가 얼마인지 조차도 알 수가 없는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이것이 바로 리스크라는 것의 본질인 것이다.
월스트리트에서 리스크를 감소시키면서 금융상의 이익을 얻기 위해 고안해낸 상품이, 지나치게 복잡하고 광범위하게 퍼져나가면서, 오히려 고도로 발달한 그 금융공학이 새로운 리스크를 만들어 냈고, 그 리스크가 결국은 문제를 일으키면서 오늘날 우리가 겪는 이 사상 초유의 경제위기라는 사태를 만들어 낸 것이다. 결국은 리스크 관리의 실패인 것이다.
인류의 역사상 사람들은 항상 리스크와 싸워왔다. 그러나 리스크라는 개념자체는 르네상스 이전까지는 존재하지 않았다. 놀라운 일이 아닐수 없다. 그래서 리스크란 개념이 없을때는 사람들은 그저 운이 좋기를, 신의 가호가 있기를, 행운의 여신이함께 하기를 바랄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 리스크는 결국은 수학적인 원리에 의한 것이다. 그래서 획기적인 아라비아 수학과, 인도에서 발명된 '0'이라는 개념이 도입된 후에야 현대적인 의미의 리스크 개념이 발달되기 시작한 것이라고 한다.
이 책은 바로 오늘날의 경제위기속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이 이제야 비로소 본격적으로 깊은 관심을 갖게된 바로 그 '리스크'라는 것에 관해 차근하게 설명을 해주는 책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놀라운 것은 리스크라는 개념이 생겨난 것이 불과 몇백년밖에 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물론 서양문명의 태동기라고 하는 그리스 문화에서도 리스크와 비슷한 개념은 있었다고 한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가 한 말이라는 "진리에 흡사하다는 말은 결국 진리가 아니다는 말이다."는 말은 리스크라는 개념을 가지지 않고서는 할 수 없는 말이라고 저자는 지적한다. 그러나 이런 개념이 당시에 존재하지 않던 수학적 공식과 접목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본격적인 리스크라는 개념의 발전이 이루어지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리스크라는 개념은 오랜 세월동안 묻혀 있다가, 르네상스 시기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활짝 개화를 했다고 한다.
상업이 활발해지고, 여러사람이 공동으로 투자하고, 무역선이 침몰할 가능성에 대한 평가와, 이익의 적절한 배분을 위해 수학과 리스크의 개념이 도입되고 발달한 것이다. 그리고 그런 리스크 관리의 개념이 현대의 수학적 발전과 우수한 두뇌들의 활동으로 일종의 마술을 부려서 엄청난 부를 가져오게 만들수가 있었던 것이다. 지금 우리가 닥치고 있는 신용위기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은 이런 리스크 관리의 맹점이 드러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기계는 결국 사람이 관리하는 것이고, 사람이 탐욕에 눈이 멀때 리스크 관리에 맹점이 생겨나는 것일게다.
이 책은 장정이 참 멋있다. 색깔과 표지의 글씨, 종이의 질도 좋다. 책을 읽으면서도 안정된 시각적 감각이 어려운 경제를 잊을수 있을 정도로 만족감을 준다. 리스크라는 것에 대한 풍부한 교양적 지식을 쌓으멶서도, 오늘날의 문제가 발생하게된 역사에 대한 폭넓은 지식을 얻을수 있는 좋은 독서의 경험을 준 책이라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