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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메레르 5 - 독수리의 승리
나오미 노빅 지음, 공보경 옮김 / 노블마인 / 2008년 10월
평점 :
판타지 문학의 이점은 사고의 지평을 넓힐수 있다는 것이다. 현실에서 우리는 현실을 움직이는 논리에 따라서 이야기를 풀어갈수 밖에 없다. 현실이라는 것은 마치 우주의 만물이 만유인력의 법칙에 따라서 움직이는 것처럼 냉정하기 때문에, 우리가 살아가면서 느끼는 심리적인 현실에서 경험하는 것을 시원하게 풀어주어서 내면적인 표현의 자유를 만끽하기 여렵게 한다.
그래서 작가들은 현실을 비트는 방법을 사용한다. 현실적이지만 실현가능성이 극히 낮은 낭만주의류의 작품, 극히 강한 표현들을 사용하는 표현주의, 현실을 교묘하게 비트는 포스트모더니즘... 그리고 오늘날 유행하는 소위 장르문학이란 것들이 서가를 채우게 된 것은 바로 그런 이유때문일 것이다. 좀 더 자유롭게, 좀 더 감동적으로, 현실이라는 답답한 어법에 메이지 않고 내면적인 표현을 거침없이 표현할 수 있다는 것. 그런 수요가 나은 것이 판타지라는 장르일 것이다.
테메레르는 판타지 문학이다. 오늘날 많은 판타지 문학작품들이 나오지만,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는 것들은 아직 그렇게 많지가 않다. 내가 아는 정도로는 10가지 가량... 그 중 한가 바로 테메레르다. 특히 이 시리즈는 아직도 끝이 나지 않은 진행중인 작품이기 때문에 더욱 흥미롭다. 책이 한권씩 나올때마다 마치 해리포트를 기다리는 사람들마냥 흥분되고 갈증이 일어난다. 이번에는 또 어떤 이야기들이 이어질지... 밤에 할아버지가 들려줄 이야기를 기다리며 빨리 날이 어두워지기를 기다리는 아이들 처럼.
나폴레옹 전쟁이라는 큼직한 역사적 실체를 배경에다 놓고, 그 위에 실로판지에 그린 만화의 동작처럼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과거에 실제로 있었던 현실위에서 새로운 과거가 이루어지기도 하고, 과거의 모습을 살짝 비틀어 실재로 있지 않았던 과거에 대한 가정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이 모든 설정의 자유로움이 바로 판타지라는 문학적 장르의 이점이다.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고, 인류는 생각하고 합리적인 판단을 할수 있는 유일한 선택받은 종이라는 관념이 이 책에서는 여지없이 파괴된다. 인간의 판단에 반대되어 인간보다 우월한 윤리적 행위를 수행하고 벌을 받는 용의 모습은 인간에게 불을 가져다 준 그리스 신화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한다. 또 역사상 영국땅을 밟은 적이 없는 프랑스 군대가 영국에 상륙하게 하는 시도는 현실을 자유로이 비틀수 있는 판타지 문학만의 장점이다.
그런 바탕위에서 이 책은 단지 흥미로운 전쟁이야기만이 아니라, 진정한 우정에 관해서, 진정한 사랑이라는 것에 관해서, 전쟁에서의 승리라는 것에 대해서, 더 나아가서는 과연 전쟁의 의미가 무엇인가라는 것에 관해서, 또 인간이라는 종의 의미에 관해서 질문을 자유로이 제기한다. 인간중심으로 전개되는 이야기에서는 좀처럼 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그래서 이 책은 자신의 장르가 활용할 수 있는 이점을 최대한 살려서, 재미와 더불어 많은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책이다. 단순한 재미로만 이어지는 책이라면 그 생명력이 그리 길지 못할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