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파운드 아이
김도경 지음 / 들녘 / 2008년 2월
평점 :
절판


"제법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의 영화나 드라마가 날이 다르게 발전하고 있는 것도, 그것들의 발전을 뒷받침하는 것이 튼튼한 원작의 힘때문이라는 것도 알고는 있었다. 그런데 사실 나는 한국의 스릴러나 액션물에 관한 소설을 읽은 적이 별로 없었다. 외국소설의 경우는 가끔 액션물이나 스릴러를 머리를 식힐겸 삼아서 읽기도 하지만, 한국작가들의 것은 관심이 없어선지 서점에 널리지가 않아선지 읽기는 커녕 눈에 잘 들어오지도 않은 것이 사실이었다.

 

그런데 이 책은 초반부터 일어나 급박하게 이어지는 끝도 없는 긴박한 장면의 연속이 놀라울 정도이다. 물론 문학성과 재미를 둘다 갖춘 아주 멋있는 책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사실 그런 요구는 전세계에 유명세를 날리는 세계적인 작가들의 작품에서도 쉽게 찾아보기 어려울것 같은 생각이 든다. 그래서 내가 제법이다라는 생각을 한 것은, 이제 우리나라의 문학도 순수문학 일변를 지향하는 것에서 벗어나 재미를 안겨주는 능력을 쌓기 시작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비밀스러운 국방개발프로잭트를 둘러싼 치열한 공방의 드라마이다. 책의 처음부터 시작되는 이 드라마의 긴박감은 책의 말미까지 그 호흡을 느슨하게 하지 않는다. 이토록 긴 분량의 소설을 끝까지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하면서 끌어간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마치 잘 만든 한편의 할리우드 액션영화의 대본을 책으로 읽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책이다.

 

사실 이런 느낌은 10수년전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라는 극히 민감하고 대담한 소재를 다룬 작품을 읽을때의 긴박감이나 통쾌함에 비교할만하다. '무궁화 꽃..'. 은 정치적 상상력과 약간의 문학성을 더 쳐줄 작품이라고 생각한다면, 그에 비해 10여년 후에 출간된 이 책은 그 책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팽팽한 긴장감으로 독자의 시선을 사로잡는 책이다. 결국 '무궁화 꽃...'이 문학자체보다는 애국주의라는 것에 더 큰 공감을 얻었다면, 이 책은 책의 독특한 소재와 더불어 소설적 서술의 기교가 비할바 없이 더욱 세련된 느낌이 든다.

 

내 예상으로는 멀지 않은 장래에 이 책이 영화로 만들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책이 정말 영화같은 재미를 주기 때문이다. 앞으로 우리 문단에 이런류의 수준을 갖춘 책들이 많이 출간되어 나온다면 이런 장르문학에 대한 지금과 같은 외국에 대한 과도한 의존에서 벗어날 수 있을것 같은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런 작품들이 바탕이 된 한국영화들이 나온다면, 한동안 주춤했던 한국영화의 재부상이 가능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해본다. 제미없는 이야기거리가 별로 없는 요즘 무척 흥미로운 독서를 제공한 흥미있는 읽을 거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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