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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한살의 프라하
박아름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12월
평점 :
품절
프라하. 도시의 이름이다. 동유럽 어딘가에 있다는... 가보지 못한 그 도시는 유럽의 그 많은 도시들 중에서도 왠지 모를 독특함을 풍긴다. 물론 서유럽의 많은 도시들은 이런저런 이유들로 나와 친근하다. 동유럽에도 많은 도시들 중 유독 프라하만이 나의 감성을 잡아끄는 것은 왜일까. 프라하의 봄. 프라하를 대상으로 한 드라마... 그런 것들 외에도 프라하를 여행한 사람들이 쓴 책이나 글들. 프라하를 찍은 사진이 소개된 신문들... 아마 그런 것들이 만들어 낸 산물일 것이다. 나의 인식의 지평에 들어오는 느낌은 나도 알지 못하는 정보들의 조합에 의해 감성화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프라하라는 도시의 이미지와 스무한살이라는 나이가 주는 묘한 느낌이 이 책의 제목을 강하게 만든다. 물론 책의 표지에 있는 생기발랄한 사람의 사진도 매력적일 것이다. 그렇다. 그 나이의 삶을 사는 사람이 프라하에서 느끼는 것은 무엇일까. 그 나이의 사람이 책을 내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알수 없는 이상한 힘이 많은 책들중에서 주말인 오늘의 소중한 나의 몇 시간을 이 책에 쏫아붓게 만들었다.
작고 앙증맞은 크기의 책이다. 페이지도 부담이 없다. 감성을 자극하는 낡은 듯한 느낌을 주는 어두운 톤의 사진들과 프라하라는 도시에 관한 적당하면서도 짤막한 정보들, 그리고 그런 정보와 사진을 하나로 꿰둘으며 이 책을 잡다한 정보의 조합이 아니라, 하나의 책이라는 것으로 유기적으로 통합시켜주는 저자 자신의 이야기. 무엇보다 매력적인 것은 바로 저자 자신이 솔직하게 자신을 드러내는 솔직함의 힘일 것이다. 서점에 넘쳐나는 많은 여행 정보책자 중 이 책을 구별짖는 것은 바로 그런 것이라 생각된다.
솔직히 처음엔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프라하로 음악유학을 떠난다니 아마도 복받은 사람인것 같고, 연습을 편하게 할 목적으로 방이 7개인 집을 통으로 빌렸다니 부잣집 따님인 것은 틀림없다. 그런데 독자대중들에게 별로 곱게 보이지 않을 것 같은 그런 자신의 핸디캡을 솔직히 털어 놓는 바로 그 점이 저자를 보는 시선에서 곱지 않은 점을 점점 무디게 만들어가는 것 같다. 책을 읽어나갈수록 당차고, 사랑스럽고, 재치가 많은 사람이다.
곱게 큰 사람들이 온실속의 약한 호화로움이나, 향기나는 가시만 가진 것이 아니라, 세상의 어려움을 겪으며 살아온 사람들이 느끼지 못하는 상큼함과 세상을 대담하게 바라보는 생소한 느낌을 주는 것이 이 책의 색다름인것 같다. 젊고 어린 나이게 솔직하면서도 당차게 살아가는 모습이 호감을 가지지 않을수 없게 만든다. 그리고 저자가 담아놓은 이 책의 이야기와 정보와 사진들은 그녀가 살아간 프라하라는 도시를 색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게 만든다.
사실 프라하에 관한 책은 제법 많이 나와 있고, 나도 그 중 몇권을 본적이 있었다. 소장하고 있는 책도 두어권 된다. 그러나 이 책은 그 정보와 사진의 풍부함과 함께, 책을 꿰고 있는 저자의 삶을 바라보는 방식이 무척 마음에 드는 책이다. 책이 너무 많아져 주체할수 없을때마다 책을 정리하지만, 아마도 이 책은 마지막까지 살아남아 나의 서재에 자리를 지킬것 같은 느낌을 주는 책이다. 주말에 일기에 알맞았고, 좋은 느낌을 받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