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숨결
로맹 가리 지음, 윤미연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가리'의 문학의 역사는 곧 프랑스 문학의 역사라고 하는 말을 그대로 믿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로맹가리라는 사람의 이름과 그가 남긴 작품이 거대한 영역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만은 의심할 여지가 없는 것  같습니다. 그가 남긴 단편들을 모으고, 미발표 원고를 찾아서 만든 이 책은 그의 여러시기의 작품들을 함께 담고 있습니다. 긴 세월 많은 활동을 한 작가의 여러시기의 작품을 한권으로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인 셈입니다.

책을 다 읽고 나서 한숨을 내쉽니다. 무언가 가슴속에 저릿한 것이 느껴질때마다 내가 하는 일종의 버릇인 셈입니다. 좋은 책 잘 읽었다... 라는 그리 흔치 않은 느낌이 느껴집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내 마음속을 흐르는 한줄기의 끈끈한 줄기가 있었습니다. 바로 '죽음'이라는 소재입니다. 폭풍우라는 단 한편의 작품을 제외하고는 모든 작품들이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천재라는 호칭은 가장 멋있는 순간에 가장 멋있는 방법으로 퇴장하는 사람이 차지하는 영예인지도 모릅니다. 로맹가리가 우리들의 가슴에 그토록 강인한 인상으로 남는 것은 그가 생애 최고의 순간에 극적인 방법으로 이 세상을 등지고 자신만의 길로 영원히 떠나버렸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면서 그의 죽음은 그의 청춘시절부터 늘 그와 함께 있어온 그림자와 같은 존재라는 느낌이 듭니다.

문학의 깊이를 이야기 하자면 그가 느낀 삶의 무게를 갸늠해보아야 합니다. 그의 작품들은 그다지 무겁지 않습니다. 예상외로 쉽게 술술 읽혀져 나갑니다. 그러나 하나의 이야기가 끝날때마다 무언가 가슴에 남는 것이 있습니다. 이 책의 표제작품인 마지막숨결과 함께, 제일 마지막에 제일 큰 부피로 실려 있는 그리스 사람이라는 작품이 특히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입니다.

'그리스 사람'에는 마치 영화 그랑블루에서 보는 것과 같은 죽음의 미학이 깊은 바닷속의 검푸른 색깔처럼 짙게 깔려 있습니다. 그렇게 어두운 바닷속, 어머니의 숨결처럼 따스한 곳을 찾아 인생을 보내는 것이 결국 대 문호가 죽음을 맞기까지 살았던 인생의 진실이었을까요?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왠지 그럴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코드로 그의 작품들을 꾀어보면 모든 작품들이 하나의 일관된 흐름으로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문학평론이야 저와 아무런 상관도 없는 것. 좋은 작품을 읽고 난 후의 가슴 뻐근한 느낌이 이런 저런 잘 모르는 이야기를 길게 쓰도록 만드는 모양입니다. 이 가을... 좋은 책을 만난 느낌이 무척이나 아프고, 그러면서 동시에 따사롭습니다. 날씨가 추울수록 햇살의 포근함이 더 그리운 법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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