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을 베다
모옌 지음, 임홍빈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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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중국의 유명한 작가라고 하는 모옌의 단편 12편이 실려 있다. 작품 하나하나의 내용이나 구성이 모두 다르다. 소재뿐 아니라 등장인물이나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조차도 다르다. 늘 비슷한 글들을 뽑아내기 마련인 작가의 상상력의 한계를 극복한 것은 바로 모옌 자신의 삶의 이력 때문일 것이다.

 

책갈피에 쓰여 있는 작가의 프로필을 읽어보면 놀라운 느낌이 든다. 이 작가는 정규교육이라고 할만한 것을 거의 받지 못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문화혁명이 그의 학업을 가로막을때까지 초등학교 5년의 학력이 공부의 전부이다.  그러다군에 입대한 후 가능성을 인정받아 20대 중반에서야 다시 공부를 시작한 모양이다. 바로 이런 특이한 경력이 그에게 풍부한 삶의 경험을 안겨주었고, 그런 경험들이 바로 그의 작품의 피와 살을 이루는 강한 힘의 원천이 되는 것 같다.

 

그의 글들은 걸죽한 입담으로 엮여져 있다. 작가의 나라이션으로 풀어져가는 글도 있지만, 많은 작품들이 거의 처음부터 끝까지 화자의 말에 의해서, 혹은 등장인물중 한사람이 쓴 편지에 의해서 엮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야기과 글쓰기가 이 작가에 의해서는 묘하게 통합되는 것이다. 글로 쓰여진 문장도 이야기의 형식과 별로 다르지 않다. 이 책에는 어려운 단어 같은 것은 없다, 모두가 일상생활에서 흔히 사용되는 걸죽한 입담들의 소산들로 이루어져 있다. 즉 구어체로 구현한 문학인 셈이다.

 

모옌은 이런 형식을 갖춘 책에다 자신이 바라보는 세상의 모습을 담았다. 그 세상은 온갖 부정과 비리, 아픔과 고통이 벌어지는 세상이다. 주된 비판의 대상은 역시 문화대혁명이지다, 길고 긴 시간동안 중국이란 거대한 사회에 이루말할 수 없는 고통을 안겨준 문화대혁명은 그 역사,사회적 평가와 경제를 후퇴시킨 원인으로만 알려졌지, 이 책에서 처럼 생생한 삶의 모습 그 자체로서 나타난 적은 별로 없는 것 같다.

 

모옌은 자신의 삶에서 마주친 중국인들의 모습들을 그린다. 그는 절대로 문장속에 개입하지 않는다. 단지 사건들의 배열을 통해서, 인간과 인간이 어떤 계기를 통해서 어떻게 얽혀들어가는가에 대한 표현을 통해서 그가 경험한 삶의 아름을 표현한다. 그러나 그 책은 결코 칙칙하지 않다. 사람들은 항상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가지고 있다. 그 희망은 해피엔딩이라는 서양식 희망이 아니다. 세상이 아무리 힘들어도 결국 삶이란 살아진다는 것에 대한 굳건한 믿음이다. 또 그의 글에는 인과응보가 나타난다. 권력과 재물, 사회의 변동기에 다른 사람들을 괴롭힌 존재들이 어떻게 스러져가는가가 그의 글에 잘 나타난다.

 

그는 희망을 노래하는 예언자는 아니다, 그저 삶의 모습을 묵묵히 그려내는 입이 무거운 관찰자일뿐이다. 그가 살아온 삶, 그가 느껴온 삶, 그가 바라본 삶의 모습들이 그의 속을 그치면서 다시 새로운 이야기의 형태로 구성되어 나타나, 우리들에게 중국이란 특수한 상황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인간의 보편적인 모습의 다른 면을 보여주는 것이다. 아마도 다음의 인용구가 그가 하고자 하는 말의 핵심이 아닌가 한다.

 

세상에서는 넘어가지 못할 산도 있고, 건너지 못할 강도 있지만, 하루하루 살아가지 못할 세월은 없는 법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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