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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전 2
이종호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8월
평점 :
절판
요즘 장르소설이 인기이다. 새로운 세상을 맞이하는 패러다임이라고 할까. 요즘의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감성에 잘 맞는 유형의 책인것 같다. 흔히들 장르소설들이 가볍다고 하지만, 기존의 어법을 따라가는 소설들을 읽어보아도 강한 주제의식을 갖춘 책들은 그리 많지 않다. 오히려 장르소설로 분류되는 책들 중에서도 새로운 어법으로 새로운 감성과 세상을 보는 방식을 잘 담아내는 책들이 보인다. 달라진 세상에 잘 적응하는 책들인 셈이다.
한국을 장르소설의 불모지라고 한다. 그래서 서점을 한바퀴 둘러보면, 이젠 순도가 떨어지는 일본의 이류 장르소설들까지 남김없이 번역되어 아까운 서가를 가득히 메우고 있다. 국내에 장르소설에 대한 수요가 높은데도 불구하고, 국내작가들의 좋은 작품의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는 형국이다. 그러나 이종호 작가는 분신사바같이 영화화 된 유명한 작품들을 창작해내는 많지 않는 국내작가들 중 한분이다.
이종호 작가가 이번에 귀신전 시리즈를 펴내고 있다. 귀신전은 원래 3권까지 나올 예정이라고 한다. 이미 1권이 많은 인기를 끌고 있는데, 나는 우연한 기회에 2권을 먼저 읽게 되었다. 귀신전은 권수에 관계없이 2권부터 먼저 읽어도 내용을 이해하는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충고를 들었기 때문이다.
과연 이 책은 전편의 내용을 몰라도 책을 읽으면서 그 흥미진지함에 몰입하게 되는데 어려움이 없었다. 귀신이야기라고 하면 늘 전설의 고향만 떠오르던 나에게, 이 책은 우리들의 귀신들 이야기가 이렇게 다양하고 입체적인 면을 띌수도 있다는 것을 실감하게 해 준 책이다. 예전에 '중천'이라는 영화를 재미있게 본 적이 있지만, 이 책도 우리 문화가 가지고 있는 문화적 요소들을 잘 찾아내어 그것들을 현재적인 상황에서 멋있게 재구성한 책이라고 생각된다.
전통이라는 것은 과거의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전통은 과거로부터 전해져와 오늘날의 현실에서 생생하게 살아 숨쉬는 것을 말한다. 오늘날의 세태에서 '왠 귀신 ?" 이라고 정색을 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가 알게 모르게 우리는 우리 문화에 속아있는 원형질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일본이나 서양의 문화가 아무리 우리독서계를 석권하고 있다고 해도, 우리에게는 아직도 우리전통에서 나온 문화적 아이콘들이 더욱 실감나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이 책 귀신전은 우리들에게 다른 나라의 장르소설을 읽을때와는 사뭇다른 느낌을 전해준다. 이국적이고 흥미롭다는 느낌보다는, 무척 실재적은 공감이가고 정말로 공포가 느껴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공포스러운 분위기와 실제로 공포가 느껴지는 것의 차이가 바로 그 문화가 우리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의 크기를 말하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바로 그점에서 우리에겐 우리들의 장르문학이 존재할 이유가 있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이 작가가 독자들의 호응에 힘입어 꾸준히 발간하고 있는 귀신전과, 국내에서는 드물게 이런 방대한 규모의 연작이 가능하게 수요를 받쳐주는 국내의 독자층들이 광범위하게 존재한다는 것은 아직도 우리나라에 우리 토종문화가 가지는 뿌리가 튼튼하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어서 무척 가슴이 뿌듯하다. 이렇게 실감나는 책을 아끼고 사랑하는 독자들이 많이 존재 한다는 것은 우리가 앞으로도 이런 좋은 국내문학을 접할 기회가 많이 있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그런 모든 것을 떠나서 이 책은 정말 흥미롭다. 이 책이 우리에게 경험하게 하는 기괴함과 공포, 그리고 즐거움은 단지 이 책이 가지고 있는 뛰어난 이야기 구조의 힘이 클 것이다. 그 위에 우리들의 이야기라는 것이 더해져서 이 책이 가지는 흥미로움이 탄생하는 것 같다. 단지 '우리의 문화적 전통에 관한 이야기'이기에 아끼고 사랑하는 차원을 넘어서, '우리의 정서에 맞는 이야기'이기에 더욱 실감나고 더욱 흥미로운 것이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