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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베트 말하지 못한 진실
폴 인그램 지음, 홍성녕 옮김 / 알마 / 2008년 7월
평점 :
품절
브라질의 노동자당 후보였던 룰라가 브라질의 대통령으로 당선된 후, 그가 브라질에서 열리는 세계화 반대 포럼인 포르투 알레그레를 외면하고 다보스로 가는 비행기를 탔을때 나는 좌절감을 느꼈었다. 외환위기의 상징이었던 나라 브라질은 오늘날 BRICs의 당당한 한 축으로 강해지는 국력을 자랑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룰라에게 보다 많은 기대를 했던 사람들, 룰라를 지지했던 브라질의 빈민들, 그 사람들의 아픔에 대한 해답은 아직도 듣지 못하는 것 같다. 그러나 나는 결과적으로 강한 브라질을 룰라의 선택이 현명한 것이 아니었는가 하는 생각을 하곤 한다. 세계는 이상에 의해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현실이라는 강한 힘에 의해 움직이는 것이란 것을 다시 한번 깨닿기 때문이다.
나는 중국에 대해서도 비슷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 최근 몇십년간, 특히 최근 10여년 사이에 중국은 세상이 무시할 수 없는 나라로 성장했다. 베이징 올림픽을 겪으면서 중국의 욱일승천하는 힘은, 사실 약간 비위가 상할 정도로 느껴진다. 우리의 주변에서 강한 힘으로 우리를 수천년간 압박해왔던 중국제국이 다시 눈앞에 등장하는 것을 바라보는 것 같은 결코 유쾌하지 않은 경험이다. 중국은 세계의 인민이 연대한 공산주의 인터네셔널의 도움으로 넓은 대륙의 공산화를 이루었다. 그러나 그 중화인민공화국은 수립되자 마자 서쪽의 거대한 땅 티벳을 자신의 영토로 편입시켰다. 무력으로... 그 과정에서 중국인민해방군은 티벳의 인민들을 살해하고 억압을 가했었다.
어쩌면 티베트의 불행은 너무 넓은 영토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사람이 살기에는 척박한 땅이지만, 그 땅에는 개발되지 않는 자원이 많은 곳이다. 또 티베트라는 땅은 중국과 인도, 중국과 중앙아시아를 연결하는 중요한 요충지로 군사적인 가치가 무척 높은 곳이다. 인민의 해방이라는 이상으로 중국을 통일한 중화인민공화국이 선택한 현실은, 중화인민공화국이라는 나라의 영토를 보전하고 이익을 늘리기 위해서는 다른 인민들의 자유를 억압하고, 생명을 말살하고, 그들의 영토를 강압적으로 빼앗아 자신의 영토에 복속시키는 것이었다. 그것이 세계사에서 현실적인 선택이었던 것인가보다.
건국 60년을 맞아서 우리나라의 과거를 돌이켜볼 기회가 많다. 때마침 불거진 독도문제를 포함하여, 과거 우리나라의 역사는 참 많은 아픔을 겪은 나라였었다. 우리나라가 위치한 지정학적인 조건이 주변의 열강들이 무시하기에는 너무 탐나는 조건이었고, 주변의 열강들로부터의 억압을 물리치고 우리의 존엄을 만방에 떨치기에는 우리의 강역과 우리민족의 규모가 너무 작았었다는 생각이 든다. 결국 우리가 겪은 고통의 성질은 오늘날 티베트인들이 겪는 고통의 성질과 무척 유사한 것이다.
티베트를 강점한 중국의 논리가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우리를 식민지 지배한 일본의 논리를 받아들이고 인정할 수 없는 것 아니겠는가. 우리의 아픔에 비추어 티베트인의 아픔을 이해할 수 있다. 세상에는 현실적인 힘의 논리로만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이 많이 있는 것이다. 임진왜란을 이겨낸 것은 결국은 조선의 민중의 힘이었고, 만주와 중국대륙, 태평양까지 강역을 넓혔던 제국주의 일본의 점령하에서도 민족의 자존과 정체성을 끝까지 지켜낸 것이 바로 우리민족이었다. 오늘날 티베트의 수도 라사까지 칭창철도가 바로 들어가고, 티베트의 주민들중 한족이 더 많은 것이 현실이지만, 여전히 티베트인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잃지 않는다. 바로 올해 그토록 오랫동안 중국의 통치를 받은 티베트에서 광범위하게 일어난 시위를 목도하지 않았는가.
이 책은 우리에게 알려지지 않은 티베트에 관한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이다. 오늘날 티베트와 그 주변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 세계의 지붕, 세계의 오지, 세상에서 가장 물질문명의 때가 묻지 않는 사람들에 대한 신비로움 때문일 것이다. 사람마다 그곳을 찾는 이유가 다르고, 사람마다 그곳에서 보고 듣고 느끼는 것이 다를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티베트인들과 인도 북부의 티베트 망명정부에 모여든 사람들 중에는 자신들이 우리에게 알리고 싶은 더 많은 진실을 가지고 있는듯하다. 이 책에서 우리가 만날수 있는 내용이 바로 그런 이야기이다. 사실 이 책은 무척 놀라운 책이다. 티베트에서 일어났을만한, 일어났을 것이고, 일어나고 있을 것이라고 여겨지는 아픔들보다 훨씬 더 많은 아픔을 포함한 내용이기 때문이다.
티베트의 문제는 사실 세상의 아픔들 중에서, 비교적 잘 널리 있는 사안에 속한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은 아픔들이 존재하고,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는 세상의 그 많은 아픔들에 골고루 관심을 가질만큼 많은 여유를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또한 티베트의 문제는 그 심각성에 비추어 볼때, 알려진 범위에 비해서 그 알려진 내용의 깊이가 무척 얕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서 알 수가 있다. 이 책이 전하는 티베트에 대한 조직적인 파괴 해체 행위는 정말 심각할 정도이다. 티베트 전통문화의 파괴와 티베트 인구의 희석뿐만이 아니라, 불임시술등을 통한 조직적이고 악랄할 정도의 파괴행위가 집요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놀라운 사실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중남미나 아프리카의 놀라운 토픽거리와 비교해도 결코 심각성이 덜하지 않는 내용이다. 그러나 이런 충격적인 내용들이 알려지지 않고 있는 것은 중국이라는 거대한 나라의 조직적인 은폐와, 중국이 가진 힘과, 중국을 국제정세에 이용하려는 국가들이 중국의 문제에 깊이있게 개입하기를 주저하기 때문이다. 중국은 냉전기에는 소련을 견제하기 위해서 유용한 국가였고, 지금은 중국의 경제가 세상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중국이 티베트에 보유하고 있는 핵기지의 존재 또한 중국에게 티베트의 전략적인 중요성을 상징하는 것이다. 국제사회가 중국에게 티베트를 포기하게 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를 잘 설명하는 내용인 것이다. 바로 그런 현실적인 어려움이 티베트의 아픔에 세상이 눈을 감고, 침묵하게 만드는 요인들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티베트에 관한 관심은 각국 정부들의 것이 아니라, 티베트의 아픔에 동참하는 시민들과 비정부기구들의 몫이 되고 만 것이다.
달라이라마라는 걸출한 인물이 사라지고 난 후에 티베트는 어떻게 될 것인가에 관해서 잠시 생각을 해 본적이 있었다. 욱일승천하는 중국의 기세가 꺽이지 않고, 세상의 티베트에 대한 관심의 정도가 차차 줄어들면서 아마도 시간과 함께 티베트는 역사속으로 사라지고 말지 않을까라고 막연히 생각했었다. 그러나 이 책속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예상을 뛰어넘는 아픔과 폭력들, 그리고 그 엄청나고 조직적인 강압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자유라는 푸른 꿈을 버리지 않고 있는 티베트 인들을 바라보면서 나는 다시 현실의 냉정함을 뛰어넘는 인간정신의 승리를 생각하지 않을수 없다. 사실 오늘날 티베트를 억압하는 중화인민공화국이라는 것 그 자체가, 당시 세계를 전망하던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한 기적의 산물이 아니었는가.
세상에는 현실을 따르는 사람이 있다. 또 세상의 다른 구석에는 현실보다 꿈을 따르는 사람이 있다. 항상 세상은 현실적인 논리가 지배하는 것처럼 보인다. 오늘날 세상의 새로운 슈퍼파워로 떠오르는 룰라의 브라질이 그렇고, 공산주의 국가이지만 자본주의 국가보다 더욱 자본주의적인 중국이 또한 그렇다. 그러나 연약한 우리민족이 오랜 세월동안 치욕을 겪으면서도 국토를 보존하고 민족을 이어온 것처럼, 비록 지금 현실적으로 큰 어려움에 빠져있다고 하지만, 끝없는 용기와 상상할 수 없는 인내로 강한 힘에 저항하며 견디고 있는 티베트인들의 미래에 우리가 현실적인 논리로는 상상하기 어려운 크나큰 영광의 날이 있을지 알 수 없는 일이 아닐까...
최초에 이 책을 번역을 하려는 생각을 가지게 된 것이 무려 1998년이라고 한다. 그리고 10년이라는 엄청난 세월을 지나서야 이 책이 드디어 우리나라에 번역출간이 되었다. 이 책에 담긴 엄청난 내용들은 그 긴 세월동안 우리들에게 거의 알려지지 않는채 세월을 인내하며 기다려야 했었다. 그 긴 시간동안 우리들은 티베트의 실체에 대해 무지했고 무관심했었다. 그러나 티베트인들은 그 긴 세월을 기다리고 참아 내었고, 이번 베이징 올림픽 직전에 마침내 아직도 그들의 열망이 채 다 식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뜨거운 열기로 분출해내었던 것이다. 그 아픈 티베트의 이야기를 대하면서 나는 슬프고 아프고 또 자랑스럽다. 그리고 세상을 이끌어가는 냉정한 힘을 넘어서는 다른 강렬한 힘이 이 세상에는 존재하고, 마침내 그것이 사람들의 가슴 아픈 열망을 실현시켜 줄 것이라는 것을 믿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