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아름답게 표현할 수도 있는 것일까. 세상이 병들고 문명이 황폐화 되었을때, 사람들의 삶이란 어떻게 변하는 것일까. 아니 사랑이라는 것은 어떤 모양을 가지게 되는 것일까. 생존이라는 절박함과 사랑이라는 애틋한 감정은 서로를 어떻게 형성해가는 것일까. 아버지와 아들이 있다. 그들은 길에 서 있다. 아버지와 아이들. 온 더 로드. 그래서 그들은 걷는다. 끊임없이 걷는다. 잠깐의 휴식이 있지만, 책속에서 그들의 휴식은 말 그대로 걷기를 위한 준비를 위한 휴식일 뿐이다. 맹목적인 의지는 아니다. 걸어야만 한다는 절박함 때문이다. 사람들을 만나기 힘든 황폐해진 세상. 온통 재로 덮인 대기, 대지, 태양. 빛을 읽고 단지 더 어두워졌다가 덜 어두워졌다가를 반복하기만 하는 희미한 태양. 그 빛이 조금 더 밝아지면 아버지와 아들은 다시 길을 걷는다. 그 아련한 희망이라는 것을 향해서. 위험을 무릅쓰고. 대화가 거의 없는 아름다운 서술형의 문체에 간혹 잔잔한 대화가 이어진다. 대화는 번역을 거쳤는데도 불구하고 무척 음악적인 운율을 가지고 있다. 계속 걸어가면 좋은 곳이 나올까요. 나올꺼야. 우린 살아남을 꺼죠. 살아남을 꺼야... 대화는 그렇게 무덤덤하고 짧게 동어반복을 되풀이 하지만 읽는 이의 감정을 무척 강하게 자극을 한다. 책은 무척 아름답다. 책을 이루는 문체가 너무나 시적인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 세상에 좀비를 다룬 책이 이렇게 본격적인 문학의 형태를 띄어도 되는 것이란 말인가. 세상은 진화한다. 아니 퇴보할수도 있다. 그러나 인간은 그 먼 미래에 가능할 수도 있는 퇴보를 예상하면서 이렇게 아름다운 글을 남길 수 있다. 그래서 인간인 것이다. 이 아름다운 글을 읽게 된 오늘이란 날의 달력에 감사의 동그라미를 그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