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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만장자를 위한 공짜 음식 1
이민진 지음, 이옥용 옮김 / 이미지박스 / 2008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흔히들 디아스포라 문학이라고 한다. 세상 각지에 흩어져 사는 한민족의 수가 막대하다. 초창기에 살아남기에 급급하던 그들은 이제 나름대로 자리를 잡고 있다. 그리고 일부는 그 사회의 주류에 편입해 들어가기도 하고, 일부는 여전히 그 사회의 주변부에 초라하게 머물기도 한다. 그리고 이 책에 나오는 사람들 처럼 주류 주변을 머물면서 온전한 주류로 대접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 책은 상당히 자전적인 소설이다. 저자가 한국인에게 전하는 머릿말에서 예고 했듯이 자신과 거의 비슷한 삶을 산 주인공을 창조한 것이다. 이 책에 나오는 삶의 내용들이 미국이란 나라에서 살아가는 이민 1.5세대들의 삶을 대표하진 못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들과 멀리 떨어져서 그들의 삶을 단지 머리로만 상상할 뿐인 우리들에게 그곳에서의 삶이란 것에 대해서 상당히 많은 것을 알려주는 것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오늘날 신장된 국력을 바탕으로 세계화라는 이름을 앞세우며 많은 사람들이 해외로 여행을 떠난다. 그들에게 미국, 그리고 그 중심도시인 뉴욕의 삶은 엄청난 매력을 가진 도시일 것이다. 수없이 쏟아져 나오는 뉴욕관련 책자들이 우리나라에 불고 있는 뉴욕의 열풍에 대해 말해주고 있다. 또한 신문에는 소위 아이비리그에 진출한 성공한 한국인들의 기사가 심심할때마다 게제된다. 미국은 여전히 우리에게는 꿈의 나라인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이민의 나라이고, 다민족 다인종의 국가이긴 하지만 여전히 주류라는 것이 존재하는 나라라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구경꾼으로 머물다 돌아오는 미국과, 그곳에 뿌리를 내리고 주류백인들과 어울려 살아가는 삶은 완전히 다른 것이다. 캘리포니아에서의 삶과 뉴욕에서의 삶. 학생으로서의 삶과 직장에 취직해서 살아가는 삶은 다른것일수밖에 없다. 이 책은 바로 그것을 우리에게 알려준다.
이 책은 많은 상을 받은 책이다. 사실 이 책은 흥미롭다. 한국인이 아닌 사람이 읽어도 상당한 재미를 느낄 정도의 세련된 감성을 가진 책이다. 그러나 이만한 감성을 가진 책이 없어서 이 책이 상을 받은 것은 아닐 것이다. 미국은 넓고 작가도 많다. 많은 상들이 그 많은 작가에게 골고루 돌아가기는 힘든 것이 사실일 것이다. 이 책은 확실히 희소성의 가치를 지니고 있는 것이다. 우리에게도 미국인들에게도. 바로 아시아계 미국인이라는 드물면서 드물지 않은 존재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흑인을 경멸하는 경향이 있고, 히스패닉계를 우습게 보는 경향이 있다. 또 우리나라에 100만이 넘게 들어와 있는 아시아계 외국인 노동자들을 멸시하기도 한다. 그러나 미국이라는 나라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관광객이 아니라 그곳에서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 우리는 그 누구보다도 열악한 위치에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열등한 체력과 어눌한 발음, 그리고 약간 결집력... 그런것이 그곳에서의 우리의 삶을 힘들게 한다.
이 책은 우리가 상상으로만 경험하던 바로 그곳에서의 삶으로 우리를 초대한다. 아이비리그를 나온 상당히 성공한 사람들이 겪는 고통을 통해 미국이란 나라에서 아시아 이민으로 살아가는 삶이 어떤것인지, 그런 삶의 실체란 것이 어떠한지를 생생하게 느끼게 해준다. 그래서 이 책은 진정한 의미에서 디아스포라 문학인 동시에, 미국의 나머지 사람들에게 자신들 중에 존재하는 또 다른 사람들의 존재를 느끼게 해주는 책이다. 그래서 이 책이 주는 울림이 이렇게 큰 것인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