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시 - 글도 맛있는 요리사 박재은의 행복 조리법
박재은 지음 / 지안 / 2008년 3월
평점 :
품절


 

책의 제목이 참 특이합니다. 밥시라니... 강시도 아니로, 밥상도 아니고... 이게 도대체 무슨 뜻일까 하는 호기심이입니다. 책의 사이즈도 아담합니다. 요즘 출간되는 서적들처럼 화려한 표지를 가진 책도 아닌데, 소박한 질감의 종이위에 떡하니 크게 두 글자 밥시라는 것을 붉고 크게 써 놓은 책입니다.

알고 보니 이 책은 요리에 관한 책입니다. 프랑스에서 요리를 전공하고, 요즘 우리나라에서 신문이나 방송에서 상당히 알아주는(나는 잘 모르지만) 그런 사람이 쓴 책입니다. 이 책은 분명히 요리에 관한 책입니다. 요리책답게 음식을 만드는 방법들에 관한 설명도, 어떨때 어떤 음식을 먹는 것이 좋은 가에 대한 설명도 들어 있습니다.

그러나 이 책은 요리를 가르치는 책과는 조금 다른 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우선 책의 서문부터가 독특합니다. 서문은 주로 이 책의 제목이 이렇게 붙은 이유를 설명하는 내용입니다. 그리고 바로 그 내용이 이 책의 성격을 잘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이 책은 요리를 말하지만 요리자체를 이야기 하는 것보다는 음식과 관련된 삶이라는 것에 비중을 더 두는 책입니다.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이다.” 이 말은 요즘 제가 잘 사용하는 말입니다. 하지만 예전에는 어느 문인의 말을 인용해서 “먹고, 활동하고, 배설하는 것을 소중히 하는 것이야 말로 인생의 가장 원초적인 즐거움이자 소외에서 벗어나는 방법이다”라는 말을 자주하곤 했었습니다. 그리 길지 않은 시간사이에 그만큼 큰 삶의 격차가 생긴 것입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예전에 내가 자주 인용하던 그 말이 문득 떠올랐습니다. 밥을 단지 먹고 살기 위해서 먹는 것이나, 맛을 즐기기 위해서 먹는 차원을 떠나서, 밥에 삶이 담겨 있고, 밥에 정성이 담겨 있고, 밤에 인정이 담겨있고, 밥에 사랑이 담겨 있는 그런 삶. 음식을 먹거리로만 생각하지 않고, 음식을 사람과 인생과의 소통으로 생각하는 삶의 방식, 그런 것 말입니다.

이 책은 그런 마음을 가진 작가가 자신의 삶에서 음식과 관련된 삶에 관한 이야기들을 듬뿍 담아 놓은 책입니다. 맛깔 나는 문체가 특히 매력적입니다. 요리전문가가 어떻게 이렇게 멋진 문장들을 다듬을 수 있었는지 놀랄 만큼 글을 읽는 재미가 요리 사진을 보는 재미 못지  않게 좋은 책입니다. 남자로서 오랜만에 읽는 요리관련 서적이 이렇게 흥미로운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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