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 소년을 만나다 세계신화총서 8
알리 스미스 지음, 박상은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만난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이를테면 소녀가 소년을 만난다거나, 바람이 낙엽을 만나는 것, 던져진 돌이 호수의 물을 만나서 파문을 만들어 내는 것. 그리고 세상의 아름이 치유를 만나는 것... 그런 것들이 진정한 만남이 아닐까.

세상에는 일상적인 만남들이 많다. 그러나 저자가 말하는 것처럼" 갈중이 굶주림을, 굶주림이 꿈을, 꿈이 현실을, 현실이 같음을, 같음이 다름을, 다름이 죽음을, 죽음이 삶을..." 이런 만남들도 역시 세상에는 존재한다. 저자는 바로 그런 만남을 이야기 하려는 것이다.

이 책은 다양한 층을 가지고 있는 매우 심도 있는 책이다. 흥미로운 이야기로 펼쳐지는 책의 스토리를 읽다보면 양파껍질을 까듯이 더 깊고  더욱 심도 있는 이야기가 겹겹이 숨어 있다는 것을 느낄수 있다. 놀라운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무척 쉽고 속도감있게 읽히고 재미있기까지 하다는 점이다. 게다가 시적인 운율과 알수 없는 부드러움과 한없이 깊은 감동을 한꺼번에 느낄 수 있는 것. 그것이 바로 작가의 능력일 것이다.

책은 남성과 여성의 성 정체성에 관해서 이야기 하는 것 같이 보이다. 책을 이끌어 가는 중심 스토리 라인은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책은 차별에 관해서 이야기 한다. 또 정직성에 대해서 이야기 한다. 한 사람의 존재양식으로서의 정직, 그리고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으로서의 정직. 그리고 세상에 존재하는 거대한 부정직함에 관한 고발을 무척 아름답게 시적인 방식으로, 그리고 신화적인 방식으로 표현한다.

책의 후반부에 등장하는 온갖 신화적인 요소들의 어울림과 잔치 혹은 축제. 그저 흥미롭게 읽어나가는 이야기에 등장하던 모든 사람들이 함께 등장하는 결혼식장면, 그리고 무척 시적이면서도 내면적인 감동을 더하게 하는 후반부에서 이 책이 이끌어나가는 만남이라는 주제가 마치 밤하늘에 불꽃이 아름답게 터지듯이 환희에 찬 언어로 표현이 된다.

세상이 정말로 그렇게 아름다울수 있을까. 글쎄... 그러나 이 책은 그 아름다운 만남의 가능성에 관해서 희망에 차서 이야기 한다. 아니면 그 어려운 삶을 몸소 살아가는 삶에 관해서.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만나는 것이라고 말한다. 마치 소녀가 소년을 만나듯이. 우리가 던진 돌이 호수의 수면을 만나 부딪히듯이. 길거리에 페인트로 칠한 구호들이 세상의 온갖 아픔에 관해 이야기하듯이.

세상을 제대로 인식하고, 세상에 재대로 존재하기 위해서, 세상의 아픔을 치유하기 위해서, 정말 사랑하고 싶은 것을 사랑하기 위해서, 바람이 낙엽을 만나는 것처럼. 우리에게는 만남이라는 그리 크지 않은 용기, 만남이라는 이름의 그리 쉽지 않은 용기가 필요하다고 말하는 것이 아닐까... 아 시적이고 아르다운 언어로 만들어진 책을 통해서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