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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vol. 2 - 세상 모두를 사랑한 여자
야마다 무네키 지음, 지문환 옮김 / 엠블라(북스토리) / 2008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다녀왔습니다."
책을 아끼는 나는 바깥에 덮여 있는 외장용 종이를 벗기고 책을 읽었다. 책을 다 읽고 양장본 책거풀을 덮으니 책의 제일 뒷쪽에 "다녀왔습니다."라고 한줄이 하얀 글씨로 쓰여져 있었다. 배경은 옷가지들이 걸려 있는 주택의 모습이 그려져 있었다. 결코 화려하다고는 할 수 없는 약간은 남루한 듯한 주택을 그린 일러스트.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상이라는 제목과는 어울리지 않는 그 부조화가 묘하게 마음을 끌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이 아팠다. 나는 우연히 이 책을 1권은 두고 2권을 먼저 읽게 되었다. 1권의 내용이 2권에 겹쳐서 나오기 때문에 다른 책들과는 달리 1권을 읽지 않고도 2권의 내용을 이해하는데 아무런 어려움이 없었다. 터키탕에서 몸을 파는 마츠코의 모습으로 2권은 시작되었다. 몸을 팔고 마약을 하고, 그러다 살인을 하게 되는 삶. 사실 그까지는 그저 그런 느낌이었다. 통속적인 이야기구나 하는 생각일 들었다. 그러나 그 후부터였다. 진지하게 마츠코라는 사람의 삶의 행적을 생각해보게 되는 것은.
그래서 책을 읽다가 다시 앞으로 돌아와서 그 전의 내용을 다시 확인하는 것이 몇번 되풀이 되었다. 처음에는 쉽게 읽히는 그 문장들을 너무 생각없이 빨리 읽어버렸기 때문이었다. 이 책은 확실히 쉽고 빨리 읽히는 문체로 쓰여졌다. 그러나 덤덤하게 쓰여지는 그 문장들을 읽다보면 무덤덤한 듯이 보이는 글 속에 삶에 관해 저자가 하고자 하는 많은 말들이 숨어져 있다는 것을 깨닿게 되었다. 그래서 미끄러지듯이 쉽게 읽히는 글들속에 들어 있는 결코 만만하지 않는 의미들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쉽게 건성으로 읽어버린 앞부분을 다시 읽어보는 것이 필요했던 것이다.
확실히 자랑스러운 삶이라고 할수는 없는 삶이다. 주인공 마츠코의 삶은 이 세상을 살아가는 평균적인 삶에 비해서 유난히 많은 우여곡적을 겪은 삶이었다. 그리고 그 삶의 각 과정에서 마츠코가 선택했던 길들은 반드시 최선의 선택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래서 말 그대로 그녀는 '더 나은 삶'을 살아갈 기회를 놓친 것이다. 그리고 그 말로는 실로 비참한 것이었다. 그러나 누가 과연 장담할 수 있을까. 자신에게 그러한 삶이 주어질때 마츠코가 걸어간 길을 걸어가지 않을 자신이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책을 읽으면서 나는 어느새 주인공과 나를 동일시하고 깊은 감정이입을 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수 있었다. 책장을 넘기는 속도가 확실히 처음에 비해서 훨씬 느려져 있었고, 새로운 사건이 일어날때마다 안타까워하는 나를 스스로가 느낄수 있었다. 사람의 삶이란 그런 것인지도 모른다. 삼류잡지의 표지와 같이 빈한한 것, 그래서 언뜻 보아서는 싸구려 삼류소설처럼 보일 수도 있는 이 책을 통해서 내가 고답적인 책에서 느끼지 못했던 진지한 공감을 얻고 있는 것일게다.
사람의 삶은 서로 갈라지는 수많은 길들을 선택하는 선택의 연속이다. 마츠코는 자신의 길을 열심히 걸어갔다. 교도소에서의 노력이나,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한 일들은 왠만한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의지 이상의 것이었다. 그러나 그녀에게 희망이란 것이 사라지는 순간에 그녀는 무너져내렸고, 마지막으로 잡은 희망앞에서는 또 다른 불운이 그녀의 삶을 훼방했던 것이다. 삶이란 것은 그렇게까지 잔인한 것일까. 그녀가 원해던 것은 그리 많은 것이 아니었다. 소박하고 따뜻하고 안전한 삶. 그래서 "다녀왔습니다."하고 인사를 하며 되돌아갈 수 있는 최소한의 공간이 그토록 그리웠던 것일 게다.
그래서 책장을 덮으면서 마주친 그 글귀가 그토록 내마음에 진한 여운을 남기면서 이렇게 긴 글을 쓰도록 만들고 있는 것일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