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에서 연애를 꺼내다
박주영 지음 / 문학동네 / 2008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대한민국 표준 여성들의 삶에 관한”이라는 말에 이끌렸다. 요즘의 세태는 표준 혹은 평균적인 삶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특별한 삶이 호기심을 이끄는 것이 요즘의 세태이다. 나 또한 그런 분위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래서 표준적인 삶은 어떤 것일까 하는 희소성을 가진 주제가 관심을 더 끌었던 것 같다. 특히 남성인 나는 여성들의 내밀한 삶을 훔쳐보는 흥미를 가졌다고 해야 솔직할 것이다.

아무튼 무척 흥미롭게 읽은 이 책은 표준적인 여성의 삶이 어떤지를 알려주는 보고서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모든 소설이 저자의 자전적인 면을 닮고 있다는 견해를 따른다면, 이 책은 저자가 여성으로서 삶을 살아오면서 예리한 시선을 관찰한 여성들의 삶의 다양한 모습을 만화경처럼 얽어 놓은 책 같다. 물론 끝부분에서 저자가 말하고 싶은 내용이 살짝 뭍어나오는 것을 눈치채지 않을 수는 없다.

그러나 나는 그 약간 억지스러운 결론 같은 것을 무시하기로 했다. 그런 결론이 없더라도 이 책이 담고 삶에 관한 내밀한 관찰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롭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1인칭의 관점으로 전개되지만 이 시대를 살아가는 다양한 양식의 삶을 가진 사람들이 등장한다. 단 한사람도 다른 사람과 똑 같은 삶을 살수는 없는 것이다. 그래서 친한 친구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차이와 공감이 이 책을 더욱 흥미롭게 한다.

책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삶의 방식과 문제에 대한 대처방법들을 읽어보면서 나는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있는 것을 느끼게 된다. 삶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선택의 순간에 나는 무엇을 기준으로 선택을 하게 되는 것인가. 이 책은 연애라는 극히 단촐한 주제를 다루는 것처럼 보이지만, 읽는 사람의 시각에 따라서 인생이라는 것을 바라보는 관점 전체에 적용해도 무리가 없어 보인다.

인생이라는 작품을 엮어가는 레시페는 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수만큼이나 다양하지 않을까. 중요한 것은 각각의 과정에서 어떤 결단을 내려야 하는 가이다. 이 책은 결코 정답을 말해주지 않는다. 삶에 애당초 정답같은 것이 있을 리가 만무하기 때문이다. 그저 다양한 조건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줄 뿐이다. 그리고 그 서로 다른 모습들 중에서 독자들 각자들이 자기와 닮은 모습을 찾아볼 수 있을 것 같다.

책에서 찾아낸 자신의 모습은 어떤 모습일까. 나는 이 책에 어떤 모습으로 나타난 사람에 가까운 것일까. 이 책을 통해서 찾아낸 내 모습은 타인에게 어떤 방식으로 비쳐지고 있는 것일까. 내가 삶에 있어서 가치롭고 중요한 것을 결정하는 기준은 무엇이었고 그것이 과연 타당한 방법이었던 것일까. 복잡한 생각을 하기 싫어하는 요즘의 나에게 슬며시 흥미로운 모습으로 다가와서 끝내는 짐짓 심각한 생각을 이끌어 내고야 만 책이 바로 이 책이다.

그러나 그것은 나에게 국한된 이야기일 뿐이다. 냉장고에서 꺼낸 재료로 만드는 요리가 다양할 수 있듯이, 주어진 삶의 조건에서 이끌어 내는 삶의 모습도 다양할 수밖에 없다. 하물며 이 책을 읽으면서 느끼는 감성이 사람마다 서로 다를 것이라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니겠는가. 그러나 나는 나에게 주어진 삶을 열심히 살아갈 뿐. 갈증이 나면 물을 마시고, 먹고픈 음식이 생각나면 그 음식을 찾아가듯이, 이 밤늦게까지 책이 빠졌다 마지막 책장을 덮고 난 다음 컴퓨터를 켜고 굳이 글을 쓰고 싶은 것이 내가 살아가는 삶의 방식인 것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