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선 1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2
장 크리스토프 그랑제 지음, 이세욱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3월
평점 :
절판


 

연쇄살인범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양들의 침묵등 외국소설에 나오는 먼 이야기로만 생각하던 것이, 요즘 우리들 주변에서 일어나는 현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흔히들 싸이코패스라는 용어들을 사용한다. 그토록 극악무도한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의 심리가 정상적인 사람들로서는 이해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간들이라면 공통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감정도 없고, 비정상적인 심리를 가진 고통에 무감각한 살인기계 같은 사람들을 상정해 내며 그들의 행위를 이해하려고 한다.

이 책 검은 선은 그런 피상적인 분석에 대해 정신이 뻔쩍 드는 비판을 가하는 책이다. 이 책은 정신과 의사의 입을 빌어서 말한다. “세상에 정신병은 없다. 오직 정신적인 갈등과 그 갈등을 해소하려는 욕구가 존재할 뿐이다.” 그럴지도 모른다. 저자는 이 책에서 그런 끔찍한 살인을 일으키는 한 남자의 정신세계를 깊숙이 파고드는 여행을 시작한다. 한 기자의 치열한 취재를 통해서 잔인한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의 내면 깊숙이로 들어가는 지리적, 심리적 여행인 것이다.

책은 무척 흥미롭다. 끔찍한 범죄와 그 범죄를 파해지는 전직 파파라치의 두뇌싸움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상상하기 어려운 범죄수법과 그 범죄가 가지는 상징적인 의미. 살인자의 의식, 무의식속에서 그런 범죄는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인지에 대한 탐구. 하나하나 까발겨져서 책의 말미에서야 결국 완전한 범죄 프로파일을 알게 되는 책의 구조. 이 소설책 자체가 하나의 소설을 이루어가는 내용을 만들어가는 독특한 스토리텔링.

살인과 범죄. 정신적인 결함. 감옥에서 벌어지는 일들. 동남아로의 여행... 사실 그리 특이하지 않은 소재들이다. 스릴러 문하에서 흔히 접할 수 있을법한 소재들이다. 중요한 것은 저가가 그런 소재들을 다루는 방식이다. 이 책은 이런 소재들을 극적인 방법으로 활용한다. 그래서 책의 처음부터 시작된 긴장은 극적인 마지막 순간에 이르기까지 책을 읽는 사람의 마음을 흡인하는 힘이 있다.

이 책은 단지 흥미로운 이야기를 읽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읽는 사람들이 그 범죄자와 범죄자를 쫒는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을 하게 하는 힘이 있다. 그래서 이 책은 단순히 잘된 스릴러물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살인자 뿐 아니라 살인자를 쫒는 사람 역시 정신적인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 뿐만 아니라 이 책의 조연으로 등장하는 사람들 역시 한결같이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다.

흉악한 살인을 저지르는 자의 트라우마. 위험을 무릅쓰면서도 댓가를 바라지 안고 그 살인자를 추적하는 추적자 역시 가지고 있는 트라우마. 그리고 그 과정에 등장하는 주변들의 프로파일에서 드러나는 트라우마들이 서로 얽히면서 이 책을 더욱 흥미롭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이 책은 단순히 살인이라는 행위만을 가지고 독자들의 호기심을 끄는 것이 아니라, 살인이 일어나는 일련의 심리적인 과정을 파헤치는 책이기에 다른 책들과 격이 다른 것이다.

하긴 우리들의 삶 중 크고 작은 정신적 외상을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들이 어디 있겠는가.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서 책 중의 인물들과 자신의 심리를 비교하게 되고 점점 더 책의 내용이 몰입하게 되는 것인가 보다. 세상에 절대적인 악인은 없다. 그렇다고 범죄가 용서되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트라우마와 갈들을 가지고 이 세상과 화해하려고 노력하는 존재들이다. 이 책을 덮으면서 생각나는 것이 바로 그런 내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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