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등 이펙트 - 지금 누군가 나를 조종하고 있다!
로빈 스턴 지음, 신준영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가스등 이펙트. 내가 좋아하는 배우. 아니 모든 세계인의 연인이라고 불리던 잉그리드 버거먼이 주연했다는 영화에서 따온 이름입니다. 사람의 마음을 조정하고 병자로 만들어 가려는 음모중 하나가 가스등의 불빛이 약해지는 것을 본 잉그리드 버거먼을 헛것을 본 정신쇠약자라고 몰아가는 것입니다. 그리고 반신반의 하던 잉그리드 버거먼은 점차 거듭되는 주장에 자신을 잃고 자신의 정신이 온전치 못하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하게 된다고 합니다. 타인에 의해서 자신의 마음이 영향을 받는 것. 바로 그것을 저자는 가스등 이펙트라고 명명했습니다.

 

심리학자로서 수많은 환자들을 대하는 과정에서 떠올린 현상에 대한 명명인 것입니다. 오해하면 안 되는 것은 가스등 이펙트는 잉그리드 버그만의 사례와 같이 고의적으로 다른 사람의 마음을 조절하려는 사람과의 관계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우리들의 삶에서 광범위하게, 그리고 그런 영향을 미치는 사람 자신도 모르는 상태에서 나타나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고 합니다. 그러니 가스등 이펙트는 특수한 극단적인 경우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들이 평소의 삶에서 늘 경험하는 것들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본 통찰력 있는 개념화라고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작년에 나는 나르시스트의 심리학이라는 책을 무척 흥미롭게 보았습니다. 사람들의 성격을 나누는 여러 가지 유형중 하나가 나르시즘적 성격이란 것이 있다고 합니다. 그런 성격을 가진 사람들은 주변의 사람들을 교묘한 방식으로 착취를 하게 된다고 합니다. 자신의 나르시즘적 성향을 만족시키기 위해서. 역시 무의식적인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일입니다. 문제는 그런 사람과 같이 지내는 사람은 엄청난 심리적 피해를 입게 된다는 것입니다. 가스등 이펙트라는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계속해서 바로 이 나르시즘이란 성격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심리학자가 아닌 나로서는 이 두 가지의 경우가 얼마나 상관관계가 있는지는 알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나르시즘 적인 성격을 가진 사람과의 관계에서 받는 심리적 어려움. 혹은 그보다 더 광범위한 인간관계의 어려움을 가스등 이펙트를 경험하는 사람들이 받고 있다는 것을 쉽게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이미 사람과 사람의 사이에는 자신이 의식하지 못하는 무의식적인 요소들이 큰 힘을 가지고 자리하고 있다는 것을 이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책의 장점은 심리학적 현상에 관한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무척 쉽게 쓰여졌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다양한 사례를 쉽고 체계적으로 설명하고 있으며 다양한 도표와 책의 도안을 통하여 눈에 쉽게 들어오게 만들어 도무지 지겨워할 겨를이 없게 구성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저자와 출판사의 공든 노력이 잘 느껴지는 책입니다. 게다가 뒷부분에는 자신이 가스등 이펙트의 피해자가 아닌가를 측정하는 툴들이 실려 있습니다.

 

내가 평상시에 사용하는 용어들, 나의 심리적 상태를 표현하는 단어들, 내가 인간관계에서 겪고 있는 불확실성들... 그런 것을 가스등 이펙트의 단계별로 나누어서 설명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이 세상에서 가스등 이펙트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사람은 별로 없을듯합니다. 가해자이든 피해자이든. 정도가 덜하던 정도가 심하던...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이 책은 가스등 이펙트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까지 제시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무척 흥미롭게 심리학적 저서를 읽을 수 있는 기회를 얻었고 무척 재미나고 유익한 독서경험이었다는 것을 말하고 싶습니다. 아마 내가 읽은 본격적인 심리학 책 중에서 가장 흥미롭고도 체계적인 책 중 하나가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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