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진도구적 발상 - 쓰면쓸수록 불편한 진도구의 매력과 독특한 진도구적발상으로 입문!
가와카미 켄지 지음, 김지경 옮김 / 유이미디어 / 2007년 8월
평점 :
절판
‘진도구’란 단어 자체가 참 매력적인 아이디어이다. 이미 일본에는 진도구에 관한 책이 8종이 나와 있고, 진도구에 관한 책이 발간된 나라가 15개 국에 이른다고 한다. 그리 많이 퍼졌다고 할 수는 없지만, 새로이 떠오르는 흥미로운 아이템이 아닐수 없다. 진도구라는 개념은 새로운 물건(도구)을 만들지만 너무 실용적이어서는 안돼는 것이다. 만약에 실용성이 인정되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게 된다면 그것은 이미 진도구가 아니라 발명품이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진도구라는 것을 만든다는 행위는 일부러 쓸모없는 것을 만드는 것을 뜻한다. 무엇인가 불편함을 해소하고 새로운 편리함을 추구하기 위해 진도구를 만들지만 진도구의 그 새로운 기능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불편함 때문에 사람들에게 환영을 받는 발명품이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진도구라는 것을 만드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왜 그들은 아무런 쓸모가 없을것이 뻔한 물건들을 만드는 것일까.
그것을 이해하는 것은 이 책을 읽어보지 않으면 참으로 어려운 일일 것이다. 이 책을 펼쳐보면 수없이 많은 진도구적 아이디어가 실현된 실물들의 상세한 사진들이 나온다. 그 사진과 함께 짤막하게 적힌 진도구가 추구하는 개선된 기능과, 그 개선된 기능이 사람들에게 환영을 받지 못하는 이유들이 마치 자랑처럼 적혀 있다. 어떤 발명품의 경우에는 너무 실용적이고, 새로운 기능을 추가함으로 인해 생기는 불편함이 별로 없기 때문에 진도구로서는 실격이라는 말까지 적혀 있기도 하다.
기존의 사고방식으로 볼 때는 완전히 정반대의 관점을 가진 것이다. 진도구는 전혀 없는 물건에서 시작하지 않는다. 기존의 물건을 가지고 그 물건에다 어떤 기능을 추가하거나, 그 물건에다 어떤 기능을 빼는 것을 거듭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여 실용적이지는 못하지만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할만한 것. 사람들에게 킥킥거리는 웃음을 일으키게 하는 것이 바로 진도구의 특성이다. 그리고 바로 그런 웃음과 재미를 위해서 새로운 물건을 고안하고 힘들여 만드는 사람들이 진도구 마니아들인 것이다.
진도구는 사실 순전한 재미를 위한 기능의 변형이다. 그렇기 때문에 너무 좋은 개선이 되어서 진짜 발명품이 되는 것은 발명으로 돈을 벌어서 좋을지는 모르지만 진도구적인 재미로는 실격인 셈이다. 재미없는 세상. 효율과 규칙에 의해서만 움직여 가는 이 세상에서 무엇인가 자유롭고 엉뚱한 생각을 하고 그런 생각을 실현할 수 있다는 것은 그리 나쁘지 않은 취미일 것이다. 바로 그런 욕구가 진도구라는 개념을 만들어 내고, 그런 것을 위해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는 사람들을 만들어내는 것일 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