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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적 주거공간의 탄생 - 개정판
이진경 지음 / 그린비 / 2007년 11월
평점 :
이 책 근대적 주거공간의 탄생은 단순한 공간의 구성에 관한 것 이상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책이 말하는 ‘근대적’이라는 개념은 우리가 익숙한 개념인 디자인에서 말하는 공간의 모더니티라는 개념과는 상당히 다른 것이기 때문이다. 과거 유럽의 저택들의 도판들을 동원하며 사람들의 동선과 공간을 꼼꼼이 분석하는 이 책은, 공간이 사람의 삶에 미치는 영향과 사람들의 삶이 공간의 구성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책이다. 저자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가족의 공간이다. 과거의 유럽에는 가족의 공간이 존재하지 않았다고 한다. 가장 은밀한 공간으로 여겨지는 침실조차도 과거에는 남들에게 보이기 위한 과시형 공간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부르조아들이 성장하면서 이들은 귀족들과는 다르게 가족주의적인 성향을 보이기 시작했다. 부르조아의 산업화는 열악한 주거환경에서 거주하는 노동자들의 존재를 낳게 되었다. 이들의 문제해결을 위해 주택의 위생문제가 대두되었다. 그러나 노동자들의 소통을 막기 위해 가족단위로 분절된 집이 고안되었다. 대출로 집을 사서 평생 노동을 통해 갚아나가도록 한 것도 그런 이유로 고안된 것이라고 한다. 이처럼 주거공간은 그저 우연히 생겨난 것이 아니라, 당시의 사회적 조건에 의해서 고안되는 것이라는 것이 이 책을 통해 얻은 교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