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닌이 있는 풍경
이상엽 사진.글 / 산책자 / 2007년 11월
평점 :
절판


 

나도 사진을 찍는다. 결코 잘 찍지는 못한다. 그러나 나는 뭇는다. 잘 찍는다는 것이 무엇인가. 나는 사진으로 먹고 사는 사람이 아니다. 내 마음에 드는 사진을 찍으면 될 뿐이다. 나는 사진이 있는 책을 즐겨본다. 글이 많은 책이 주는 부담감 때문이기도 하지만, 사진을 통해 전달되는 이미지의 강렬함이 좋기 때문이다. 좋은 사진을 발견했다. 쓸쓸하게 서 있는 레닌의 동상들. 구름이 구겨지는 어두운 하늘아래 검은색으로 그려진 우뚝 선 남자의 모습. 그것이 레닌이 아니어도 좋다. 바람 부는 세상과 마주하는 작지만 큰 가슴을 가진 남자. 그런 것이 내가 찍고 싶었던 형상이고 내가 담고 싶었던 이미지인가 보다. 내가 갈 엄두를 내지 못하는 차가운 북쪽 나라. 장장 1만 킬로미터에 달하는 여정. 그는 그 먼 거리를 다니며 그 남자의 모습을 사진에 담았다. 그리고 묻는다. 사람들은 왜 그를 기억하는 것일까. 스탈린의 동상은 사라진 지금도 레닌의 동상이 남아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다시 생각해본다. 그의 사진이 멋있는 이유는 단순히 그의 동상이 멋있어서만은 아닌 것이라고. 역사를 통해 아는 그의 풍진 많았던 삶이 구겨진 하늘아래 검게 서 있는 그의 동상을 더욱 멋있게 만드는 것이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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