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름 속을 걷다 - 이동진의 영화풍경
이동진 지음 / 예담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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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이 뭉클해지는 영화를 즐겨보는 사람들. 특히 이 책에 소개되는 깊은 서정성과 울림이 풍부한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이 메마른 세상에서도 무엇인가 축축하고 뭉클한 것, 이 막막한 세상에서 그래도 어딘가 인간의 냄새가 나는 것, 경쟁과 승부의 냄새보다는 인간의 냄새가 나는 것들에 대한 그리움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일 것이다.




이 책은 그런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그런 영화들의 배경이 된 촬영지를 순례하면서 독자들에게 다시 한번 그 영화들을 가슴으로 느낄수 있는 그리움을 선사하는 책이다. 많지는 않지만, 적절한 시기에 나타나는 상당히 잘 찍은 사진이 책이 글들과 잘 어울려진다. 영화전문 기자로서의 오랜 관록과 함께, 긴 관록에도 불구하고 때뭍지 않은 그의 내면이 잘 느껴진다.




영화는 대리체험이다. 우리는 영화를 통해서 우리가 살아보지 못한 삶을 살아볼 수 있다. 비록 짧은 시간의 경험이지만 그 기억과 충격은 강렬하고 또 오래 지속된다. 좋은 영화일수록 그 충격이 강하고 울림이 오래간다. 섬세한 감성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흔히 영화하나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바꾸어 놓을 수도 있다. 나 역시 그런 경험을 받았던 사람이었음로.




요즘 나는 게을러졌다. 감성을 가급적이면 줄이고 살아가려고 한다. 감성이 싫어서가 아니라, 이 메마른 세상을 살아가는데 더 힘이 들것 같아서이다. 나는 강한 것처럼, 감성 따위엔 상관이 없는 것처럼, 나는 애당초에 이런 류의 영화나 책에는 관심이 없었던 것처럼 살아간다. 그러나 나는 아직도 이런 것들을 그리워한다. 갈망한다. 그리고 이 힘든 세상살이가 언제 느슨해질 경우를 대비해서 이런 책들을 사모아 살며서 읽어보고 저장해 놓는다.




내가 본 몇몇의 영화들이 이 책에서 어떻게 다시 탄생하는 가를 읽는 것은 가슴에 시린 느낌이 들어오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저자가 부지런히, 힘들게 촬영의 현장을 탐방하는 노력도 잘 느껴지지만, 저자의 글솜씨 또한 일품이기 때문이다. 멋을 부리지만 멋이 잘 느껴지지 않는 세련된 솜씨. 감상을 과장하지 않지만 꼭 건드려야 할 것은 빠뜨리지 않고 건드리는 그런 정제된 글이 영화를 보았던 감동을 더욱 상승시키는 역할을 한다.




보지 않았던, 보지 못했던 영화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간략하게 소개된 스토리 라인과 사진, 그리고 그 장면들을 회상하는 짧은 해설을 통해 나는 그 영화를 보지 않아도 본 것 같은 감동을 느낄수가 있다. 그리고 언젠가 내가 감성을 더 많이 소비하는 그런 날이 오다면 그때는 이 책에 수록된 모든 영화들을 다시금 찾아보리라는 다짐을 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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