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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am a Photographer 나는 사진쟁이다 - 신미식 포토에세이
신미식 지음 / 푸른솔 / 2007년 7월
평점 :
절판
나도 DSLR 카메라를 하나 장만했다. 그게 벌써 1년이 지났다. 그걸 들고 여기저기 많이도 돌아다녔다. 내 유일한 취미가 책을 보는 것이었는데, 말하자면 하나의 취미가 더 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은 사진을 취미라고 말하기는 이르다. 찍는 것이 아직은 즐겁지가 않은 것이다. 즐기면서 하는 것이 취미라고 정의한다면, 사진은 나에게 허락된 휴식시간에 내가 스스로에게 부과하는 하나의 일인 셈이다.
그러나 왜 시키지도 않는 일을 하려고 한 여름의 뙤약볕을 받으면서 땀을 줄줄 흘리며 되지도 않은 호박꽃 나부랭이를 찍으러 돌아다니는 것일까. 나도 그렇게 나 자신에게 물어본다. 잘 찍지 못하는 사진. 찍어도 원하는 이미지가 나오는 사진에 화가나지만, 나는 사진이란 수단을 통해서 표현하고 싶은 어떤 것이 있는 것이다. 그것이 내 속에서 뻗어나오려고 용을 쓰기에 나는 또 사진기를 들고 길을 나선다.
사진가 신미식이 사진을 보는 방법도 그러한것 같다. 그는 정규사진학과 출신이 아니다. 책을 통해서 사진작가로 입문한 비정규적인 사진작가인 셈이다. 내 서투른 안목에는 그의 사진이나 유명한 정규 사진작가가 찍은 사진의 예술성을 구분할 능력이 없다. 그러나 그가 서문에서 말하는 것처럼 사진은 마음으로 찍는 것이라고 말한다면, 그의 사진에서 나는 왠지 그의 마음을 읽을수 있을 것 같다.
볼리비아. 페루. 인도. 베트남... 사실 이젠 그리 낮설지 않은 풍경을 지닌곳들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그곳을 다녀와 찍은 사진으로 책을 냈다. 그래서 그의 사진이 지닌 소재의 특수성은 없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동일한 내용들을 어떻게 서로 다른 방법으로 찍어내는가에 관한 것이다. 말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미묘한 느낌. 나는 신민식의 사진에서 그런 것을 느낀다.
아직 내 사진은 서투르기 한이없어 그의 사진을 흉내내기에는 벅차다. 좋은 사진을 보아도 어떻게 그런 영상을 얻었는기 기술을 분석할 능력도 없다. 그러나 그의 사진에서 느껴지는 무언가 가슴 물컹한 느낌만은 온전히 받아들일수 있다. 내가 표현하고 싶었던 것과 상당히 유사한 어떤 것. 지나치게 화려하거나 장식적이지 않고, 지나치게 테크닉 위주가 아닌 평범하면서도 좋은 사진들... 그런 것이 좋아서 자꾸 책장을 넘기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