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 차이를 횡단하는 즐거운 모험 리라이팅 클래식 4
강신주 지음 / 그린비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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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 바람을 맞으면서 산행을 해본 적이 있는가. 저자는 이 책에서 독자들에게 그렇게 묻는다. 책의 서두에 있는 물음이다. 매섭도록 차가운 바람이 몸이 떠올라 갈듯이 불어대는 산길을 걷는 사람... 나는 그런 사람을 알고 있다. 진정으로 산이 좋아서 가는 사람이 아니면 힘든 길이다. 그런 산행을 기꺼이 좋아서 하는 사람. 그 힘든 여정 뒤에 산을 정복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그저 그렇게 산길을 걸어가는 행위자체가 좋은 사람. 저자는 바로 그런 사람을 묻고 있다.

장자는 우리들에게 잘못 알려져 있는 사상계의 거두이다. 저자는 또 그렇게 말한다. "내 언젠가 한번은 장자를 만나고야 말리라." 장자와의 대면이 힘겨워서 그의 저작을 밀어놓을때마다 마음속에서 자신을 정당화하면서 나 스스로가 한 말이었다. 장자는 올라야 할 높은 산이지만, 너무 힘든 산인것 같았다. 아마도 이 책과 같이 흥미로운 안내서를 만나지 못해서일 것이다. 다시 용기를 내어 장자라는 존재를 알아보려고 펼친 이 책은, 생각보다는 너무 쉽게, 그리고 너무 가슴에 와닿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장자의 사상을 안다는 것은 마치 아나키즘을 알아간다는 것과 비슷한 것이란다. 저자의 말이다. 일체의 권위를 거부하는 파괴적 존재로서의 아노미즘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종교, 국가, 자본등 초월적인 가치를 지닌 모든 것을 벗어나서 인간이라는 존재를 진지하게 탐구하며, 사람과 사람 사이의 본질적인 소통을 추구해 간다는 의미에서의 아나키즘을 말하는 것이다. 그래서 장자의 사상은 이제껏 알려진 어떤 사상보다도 근본적인 것이며 위험하고, 음험한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이제껏 장자가 잘못알려져 온 이유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도' 노자와 장자의 사상을 말할때 흔히 사용되는 이 도는 길을 말하는 '도'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 도가 마치 무선 절대적인 진리를 추구하는 초월적 대상이라도 되는 것처럼 알고 있었다. 그래서 나도 이제껏 장자를 만나기를 무서워했던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장자의 도는 말 그대로 사람이 지나가는 길에 지나지 않는 것이라고 한다. 산 정상을 향해가는 길이 아니라, 삶이라는 길을 지극히 정성들여 걸어가는 바로 그런 걸음자체에 의미를 두는 것이란다. 그래서 그런 삶은 도무지 체제와 타협할 수 없는 것이고, 체제에 순응하기에는 너무나 파괴적인 에너지를 가진 것이란다.

바로 그것이 세상이 장자를 노자의 추종자로 인식하게 만든 원인이고, 체제가 장자를 왜곡시킨 동인으로 작용하는 것이란다. 진정한 삶에 대한 자각과 이 세상을 살아가는 인간들에 대한 강렬한 소통의 갈망을 가지는 다수의 인간들의 존재는 모든 잘못된 허위적 권위를 무너뜨리는 혁명적인 힘의 원천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어려운 사상을 저자는 너무도 쉬운 언어로 풀어낸다. 마치 에세이를 읽는것 같이 쉬운 언어이다. 진정으로 진리를 깨닳은 자만이 입밖에 내 놓을 수 있는 쉽고 간질거리는 아름다운 운율로.

다시 생각해본다. 길을 수단이 아니라, 소통의 대상으로 생각하는 삶을 살아갈 준비가 되어 있는지. 또 나 스스로에게 다른 한 가지의 질문을 물어본다. 겨울바람이 귀를 에이게 울어대는 그 길을 즐거이 씩씩하게 걸어가는 행위의 아름다움을 이해할 수 있는지. 후자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대답이 나온다. 전자의 질문에 대해서는 망설임이 계속도고 있다. 한때 나는 그런 질문에 쉽게 긍정적인 대답을 할만큼 열정적인 삶을 살았던 적이 있었다. 그 때. 그 젊은 시절에 이 책을 만났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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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장자, 차이를 횡단하는 즐거운 모험』저자 특강 안내!
    from 도서출판 그린비 2007-09-03 11:45 
    안녕하세요.돌아온 리라이팅 클래식, 『장자, 차이를 횡단하는 즐거운 모험』 출간을 기념해서 저자 강신주 선생님을 직접 모시고 특강을 진행합니다. 그동안 속세를 초월한 '신선사상'으로 오해되어왔던 장자의 철학을 현실참여적인 실천의 철학으로 재해석하고, 그 철학을 통해 갈수록 치열해져가는 우리 사회의 갈등 구조를 깨트릴 해법을 제시하려는 저자의 생생한 목소리를 만나실 수 있습니다.타자와의 소통과 연대를 추구한 철학자, 장자!2,000년의 세월을 넘어 현..